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영세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서민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를 10% 안팎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그 효과가 주목된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달 하순 발표할 `고용대책`에 이런 방안을 넣을 예정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 중인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문제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 영세상공인, 중소기업, 서민 등에게 압박이 될 수 있는 만큼, 취약한 계층과 내수 진작 효과 등을 고려해 인하를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유류세 인하 폭은 10% 안팎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하 폭은 10%가 될 수도 있지만, 20%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됐던 2008년 3월 10일∼2008년 12월 31일까지 약 10개월간 휘발유·경유·LPG 부탄의 유류세를 10% 인하한 바 있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유류세의 기본세율 30% 범위에서 탄력세율을 인하하는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시행시기는 다음 달 1일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유류세를 10% 인하하면 휘발유는 ℓ당 82원, 경유는 ℓ당 57원, LPG·부탄은 ℓ당 21원이 각각 인하된다.
세율 인하가 100% 가격에 반영될 경우 휘발유는 10월 첫째주 전국평균 기준 ℓ 당 1천660원에서 1천578원으로 4.9%, 경유는 ℓ당 1천461원에서 1천404원으로 3.9%, LPG·부탄은 ℓ당 925원에서 904원으로 2.2% 각각 인하되게 된다.
유류세를 20% 인하하면 휘발유는 ℓ당 164원, 경유는 ℓ당 114원, LPG·부탄은 ℓ당 42원이 각각 인하된다.
이 경우 휘발유는 ℓ당 1천660원에서 1천496원으로 9.8%, 경유는 ℓ당 1천461원에서 1천347원으로 7.8%, LPG·부탄은 ℓ당 925원에서 883원으로 4.5% 각각 떨어지게 된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자동차세(주행분, 교통세의 26%), 교육세(교통세의 15%)가, LGP·부탄에는 개별소비세에 교육세(개별소비세의 15%),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유류세가 휘발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6%, 경유는 45.9%, LPG·부탄은 29.7%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간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에 자동차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을 합한 유류세 규모는 26조원 수준으로 이 중 10%는 2조6천억원이다. 정부는 한시적 유류세 인하에 나서기로 한 만큼, 시행기간에 따라 세수감소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선행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혜택은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더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단기일자리와 비슷하게 세수호황을 활용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세수 호조세가 계속되면서 올해 8월까지 세금은 213조2천억원으로 작년보다 23조7천억원 더 걷혀 연간목표액의 80%에 육박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는 서민층보다 부유층에 6.3배 이상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유류세가 인하됐던 2008년 3월 직후인 2008년 2분기 휘발유 소비량이 저소득층인 1분위(소득하위 20%)는 월평균 13.1ℓ에 그쳤지만 고소득층인 5분위(소득상위 20%)는 82.5ℓ에 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류세가 ℓ당 75원 내린 점을 고려한 월평균 인하 효과는 ▲1분위 880원 ▲2분위 2천42원 ▲3분위 3천50원 ▲4분위 3천600원 ▲5분위 5천578원이다. 5분위에게 돌아간 혜택은 1분위의 6.34배에 해당했다.
휘발유 가격이 1원 하락할 때 소비증가량은 ▲1분위 0.0124ℓ ▲2분위 0.01779ℓ ▲3분위 0.02837ℓ ▲4분위 0.03382ℓ ▲5분위 0.03484ℓ 등이었다. 고소득층의 소비증가량이 저소득층의 2.81배나 된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서민들은 고소득층보다 차량운행을 덜 하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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