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이 있긴 하지만 1978년 중국은 개혁과 개방을 표방한 이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특히 2001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성장률이 한 단계 높아지면서 2010년까지 연평균 10.7% 성장했다. 이론적으로 고성장하면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같은 기간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평균 2.3%에 불과해 안정됐다. 한마디로 더 이상 좋을 것이 없는 골디락스 시기였다.
하지만 2011년 2분기 이후 한자리대로 둔화되면서 올해 3분기에는 6.5%까지 떨어졌다. 더 우려되는 것인 도시와 농촌을 중심으로 각 분야에 걸쳐 한 나라 경제의 경제건전도와 지속 가능 성장능력을 알 수 있는 양극화 정도가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노동과 자본, 토지 등 생산요소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 전형적인 ‘성장통(growth pains)’을 겪고 있다.
중국 경제 앞날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시각은 ‘중진국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다. 2006년 세계은행(World Bank)가 처음 사용한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의 의미한다.
보편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중진국 함정’을 나타나는 것은 경험국의 사례를 볼 때 크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 안에 성장단계를 일정수준 끌어올리는 이른바 압축성장(reduce growth)을 주도하는 경제 각료의 사고가 경직적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경제운영체계도 소득이 일정수준 도달할 때 임금상승 등 ‘고(高)비용-저(低)효율 구조로 바뀔 때 시장경제 도입 등에 소홀히 한 것도 원인이다.
이론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은 외연적 성장단계(extensive growth path)에서 내연적 성장단계(intensive growth path)를 거치는 것이 정형적인 성장경로이다. 외연적 성장단계란 사회주의 국가들의 성장초기 단계로 노동 등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을 통해 성장하는 국면이다. 반면 내연적 성장단계란 시장경제 도입, 기술혁신 등을 통해 생산요소와 전반적인 경제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성장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현재 중국경제는 외연적 성장단계에서 내연적 성장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특히 주력산업인 제조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추진해온 산아제한정책으로 2011년부터 청년층 인구가, 2015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 산아제한 정책을 포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공업화·도시화 진전으로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중국의 ‘루이스 전환점(Lewis’s turning point)’ 도달 여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루이스 전환점이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더 루이스가 제기한 개념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농촌 잉여노동력이 고갈되면 임금이 급등해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정국이 루이스 전환점에 이르면 그때부터 인력수요와 공급 간의 불일치로 노동자 임금이 급등하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정착하는 것인 정형적인 사실이다.
대외적으로도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유치단계에서의 장점을 상실하고 높아진 경제위상에 맞게 내수시장이 발전되지 않음에 따라 갈수록 교역상대국과 마찰이 증대돼 왔다. 특히 미국과 무역수지흑자가 임계수준을 넘음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통상압력이 집중되면서 증시와 실물경기에 자충수가 되고 있다.
중국은 한계상황에 이른 ‘외연적 성장단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기반을 둔 ‘내연적 성장단계’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국경제를 이끌어왔던 노동기여도는 2010∼15년중에는 ‘제로(0)’ 수준까지 떨어지고 2016년 이후에는 마이너스로 성장에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면서 성장을 보완해 나가고 있으나 2016년 이후부터 자본장비율((K/L)) 증가로 자본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성장기여도가 낮아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4차 산업 육성 등 기술발전, 산업연관 관계개선 등을 통해 총요소 생산성을 끌어 올려 경제성장을 보완해 나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 앞날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경기논쟁도 급부상하고 있다. 하나는 2011년 2분기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는 성격을 놓고 벌이는 ‘연착륙(soft landing)’과 ‘경착륙(hard landing)’ 간의 논쟁이다. 현재 중국 정부와 기관별로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성장세 둔화가 인플레 안정 등을 위해 바람직한 국면으로 ‘연착륙’ 달성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誌 등은 성장률이 잠재수준 이하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착륙’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 다른 하나는 중장기적으로 중국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놓고 벌이는 논쟁이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니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중국경제는 당분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2013년 이후에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빠질 것으로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 교수 등은 중국경제가 현재 겪고 있는 성장통(痛)을 무난히 극복하고 성장세를 지속해 나가 세계경제 중심국으로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경제도 중국 경제 앞날이 어떤 경로를 갈 것인가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a href="mailto:schan@hankyung.com">sch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