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유가] WTI 4.2% 폭락..사우디 증산 영향

입력 2018-10-24 07:38  

뉴욕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듭되는 증산 방침 확인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방위 위험회피 영향으로 폭락했다.

2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93달러(4.2%) 폭락한 66.4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지난 8월 20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지난 7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사우디의 증산 방침과 주요국 증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다음날 나올 미국 재고 지표에 대한 부담도 시장을 짓눌렀다.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파장이 지속하는 가운데, 사우디는 연일 공급 확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전일 카슈끄지 사건을 빌미로 사우디가 원유 공급을 줄일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도 사우디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공급 감소를 보충할 정도로 산유량을 늘릴 계획이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사우디가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당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코너에 몰린 사우디 왕실이 미국의 유가 안정 요구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는 여전히 카슈끄지 피살에 대한 사우디 왕실의 책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방위적인 위험회피도 유가를 끌어내렸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때 548포인트 폭락하는 등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당국자의 구두개입성 발언과 부양책 등으로 버티던 중국 증시가 큰 폭 하락하면서 불안을 자극했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6.5%로 시장 예상에 못 미쳤던 바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중국 경제의 둔화는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자극하는 핵심 요인이다.

여기에 캐터필러 등 핵심 대기업이 철강 관세 등을 이유로 향후 실적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속하는 무역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다음 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했다.

다음날 나올 미국 원유재고 증가 가능성도 부담이다.

미국 원유재고는 지난 4주간 연속해서 증가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전방위적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더불어 유가도 조정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레디션 에너지의 젠 맥길리언 매니저는 "이제 문제는 조정이 얼마나 더 가혹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미즈호 증권의 밥 야거 선물 담당 이사는 "모든 시장에서 위험자산이 불안한 가운데, 사우디의 발언이 하락 압력을 가중했다"며 "현 상황에서 벗어나 반등의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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