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임원에 퇴직금' 구글 직원 수천 명, 세계 동맹파업

입력 2018-11-02 07:50  

구글 직원 수천 명이 일부 임원들의 직장내 성추행과 이를 비호한 회사 측의 대응에 분노해 세계 곳곳에서 동맹파업을 벌였다.

1일(현지시간) CNN·CNBC 등에 따르면 이날 파업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를 비롯해 뉴욕, 런던, 싱가포르, 베를린, 취리히, 도쿄 등 전 세계 40여 개 지사에서 진행됐다.

파업 참가자들은 각 지사 시간대별로 오전 11시 10분 회사 로비나 정문 앞으로 걸어 나와 `모든 직장 구성원을 위해 평등하게 작동하지 않는 작업장 문화`에 대해 성토했다고 CNBC는 전했다.

마운틴뷰 본사에는 파업 참가자들이 기업의 모토인 `악해지지 말라(Don`t be evil)`, `성폭행 문화를 끝내자`, ` 모두를 위한 평등`, `헤이 구글, WTF( 욕설)` 등이 쓰인 피켓을 들었다.

한 파업 참가자는 "구글이 그동안 다양성, 포용, 평등을 추구하고 성추행을 근절하겠다고 한 약속은 너무 멀고 미약한 것이었다"면서 "우리는 투명성, 책임, 그리고 구조의 변화를 원한다"고 외쳤다.

파업 주최 측은 직장 성추행 사건을 조사하면서 훨씬 더 강력한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추행·성차별 사건을 처리하면서 근로자들에게 `강요된 합의`를 요구하는 관행을 끊기 위해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글 근로자들의 이번 파업은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의 성추행 사실을 은폐하고 거액의 퇴직 보상금까지 챙겨줬다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최근 폭로 보도 이후 조직된 것이다.

NYT는 구글이 루빈에게 4년간 9천만 달러(약 1천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보도했으며, 회사 측도 이를 부인하지 못했다.

또 구글X의 리처드 드볼 이사는 취업 면접을 보러 온 여성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수년간 임원 자리를 지키다 NYT 보도 이후 사임했다. 여기다 세르게이 브린 공동창업자도 혼외 성관계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년간 성추행을 저지른 48명을 해고했고 그중 관리자 직급이 상당수였다. 거액 보상금을 챙겨준 건 없다"고 강변했으나, 직원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자 "초기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사과했다.

미 IT 매체들은 2017년 사내 성차별·인종차별 문제로 트래비스 캘러닉 공동창립자가 결국 물러나는 등 홍역을 치른 우버에 이어 이번에는 구글이 직장 내 성(性) 비행 문제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구글 직원들의 이날 동맹 파업은 일시적인 시한부 휴업 형태로 진행됐지만, 향후 실리콘밸리에서 `미투`와 `타임즈업(성폭력 공동 대처 캠페인)`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IT 매체들은 풀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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