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이후…‘소로스·버핏 가설'로 본 韓 증시-[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8-11-05 09:37  

"경기침체기 주가, 실물 보다 더 나빠진다"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 의원(100명) 중 35명, 2년인 하원 의원(435명) 전원을 뽑는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로 차기 대통령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대내외 과제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중간선거보다 관심이 높다.

`샤이 트럼프(shy Trump·숨은 트럼프 지지층)’의 막판 결집으로 민주당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지만 집권당인 공화당이 불리하다. 지금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출해 보면 최소한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탈취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내외 일정을 모두 미루고 막판까지 선거 유세에 미국 전역을 누비고 있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대외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신파리 기후협약 불참. 중국과의 무역전쟁 결과, 이란 핵협정 파기와 중동사태 전개, 북한과의 회담, 한미 관계 등의 향방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 트럼프노믹스 추진, 헬스 케어와 도드-프랭크 법 등 오바마 지우기 정책 수정, 이민법 개정 등도 갈림길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탄핵설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의 탄핵 절차는 한국과 차이가 있다. 탄핵 발의는 미국 의회 하원(한국은 국회)에서 일반 정족수로, 탄핵 소추는 미국 하원(한국은 국회)에서 특별 정족수로 확정되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탄핵 결정은 미국은 상원, 한국은 헌법재판소에서 특별 정족수로 확정되는 점이 다르다.

현재 미국 의회는 상·하원 모두 집권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출범 이후 트럼프 탄핵설이 실행에 옮겨지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와 상원에서 공화당 의원이 ’3분의 2‘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언제든지 변수로 우려돼 왔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중 어느 하나 다수당이 지위를 잃을 경우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2020년까지 정치 쟁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의 달인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 이후 궁지에 몰리면 이를 드라마틱하게 돌파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2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연임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의 저시 ‘협상의 기술≪The Art of Deal≫’을 보면 위기 때마다 극복카드로 썼던 충격 요법(shock therapy)이 자랑스럽게 기술돼 있다.

◇ 트럼프 연임 위한 3대 빅딜…한국 명운 가른다
최근 월가에서는 세 가지 빅딜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나는 중국 마찰과 관련해 시진핑 국가 주석과, 다른 하나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과 관련해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합의를 모색하는 방안이다. 미국 국민의 생존권 보장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타협을 모색할 것이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중간선거 이후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선거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 비핵화 문제, 북미 수교 등 지난 3월 이후 논의해 왔던 협상 과제가 중단되거나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3대 빅딜 성사 여부는 우리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성장률 둔화 속에 물가가 올라가는 스테그플레이션 조짐이 뚜렷하다. 3분기 성장률(전기비 연율)은 2.5%까지 떨어지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대에 진입했다. 스테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국민이체감적으로 느끼는 경제고통지수가 높아지고 정책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은 우리 경제의 스테그플레이션을 가장 심화시킬 수 있는 변수다. Fed의 금리인상도 외자 이탈 방지에 우선순위를 둬 금리를 올리면 경기침체를 더 심화시킬 있어 정책대응 차원에서는 스테그플레이션과 동일한 문제다. 단기적으로 남북 경협도 비용부담 때문에 스테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간선거 이후 3대 빅딜의 성사 여부가 우리 경제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시는 심리다’. 이제 이 표현은 진부하다 할 정도로 오래됐고 보편화됐다. 하지만 모든 경제활동에서 심리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월가에서는 경기와 투자자 심리 간 관계를 주목해 증시를 진단하고 예측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왔던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이 재조명되고 있다.

◇ "경기침체기 주가는 실물 보다 더 나빠진다"
워런 버핏이 가장 신뢰한다고 해서 ‘소로스·버핏 가설’로도 불리는 이 가설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어떤 국가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이때 주가는 실제 경제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침체로 투자자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보유 주식을 대거 내다팔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로 본다면 2016년 9월 이전까지 기간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자 사이에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투자심리도 점차 `낙관` 쪽으로 옮겨오면서 주가상승 속도가 경제여건 개선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소상승기를 맞는다. 코스피 지수가 2016년 9월 이후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2500선에 바짝 다가섰던 작년 초까지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져 1차 조정국면을 맞게 된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때 이 기간은 이 1개월 이상 길어지지 않지만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국정혼란이 겹치면서 4개월 이상 길어졌다.

이때 경기가 뒤따라오느냐가 중요하다. 경기가 받쳐주면 투자자 심리가 재차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1차 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대상승기를 맞게 된다. 작년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국정혼란이 해소되고 성장률이 3%대로 회복됨에 따라 코스피 지수가 2600선을 넘어서면서 올해 상반기 내내 대세 상승론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 심리가 어느 순간 거품 우려가 높아지면서 재조정 국면을 맞는다. 이때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면 3차 소상승기에 들어간다. 반대로 악화되면 투자자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경제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조정 국면을 맞게 된다.


현재 한국 증시는 `더 깊은 나락`(Ice age)으로 빠지느냐와 `또 다른 기회`(Ice breaking)를 만들어 내느냐에 기로에 서있다. 관건은 우리 경기와 외국인 자금의 향방이다. 일부 예측기관은 올해 우리 성장률을 2.5% 내외까지 내려 잡고 있다. 국내기업 실적도 3분기부터는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선발기업의 실적마저 둔화되기 시작했다. 한미 간 금리역전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끝이 없는 미중 간 무역마찰, 유럽 통합 재균열, 신흥국 금융위기 조짐, 남북 관계 교착, 소득주도 성장 논쟁,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동산 대책 등 당면한 대내외 경제현안이 워낙 크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닥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이다.

◇ 주식 투자자 심리안정 정책 필요
무엇보다 패닉 상태를 보이는 주식 투자자의 심리부터 안정시켜야 한다. 기관 투자자의 증시 안정을 제고하고 증권사의 이기주의 행동을 자제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와 도덕적 설득도 필요하다. 강남 등 수도권 집값 잡기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리인상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경기 부양책도 필요하다. 예측기관과 정책 수용층인 국민이 침체국면에 빠졌다고 공감하는데 정책당국이 여전히 회복국면이라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아직까지 여유가 있는 재정을 활용해 단기 부양책을 내놓고 감세,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의 경제하고자 하는 의욕을 고취시켜야 할 때다. 지속 가능한 성장 과제도 내놓아야 한다.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시각이 흐트러지고 있는 만큼 국가IR 활동도 시급하다. 특히 월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짜 새벽(false dawn)’ 경계론과 남북 관계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줘야 한다. 가짜 새벽이란 궁지에 몰린 경제 각료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책목표와 관련된 통계를 일시적으로 개선시켜 놓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과 국민, 주식 투자자도 우리 경제와 증시를 살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공공선 정신(pro bono publico)’을 발휘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분법적인 시각(보수와 진보 혹은 우파와 좌파)에서 어려울 때 더 어렵게 보는 ‘미네르바 신드롬’과 잘못된 정보를 전파시키는 ‘인포데믹’ 현상을 법적 장치를 동원해서라도 근절시켜 나가야 할 때다.



<글. 한상춘/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a href="mailto:schan@hankyung.com">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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