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내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청와대는 19일 `혜경궁 김씨` 관련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당에서 판단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관여할 성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으로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민주당은 `폭풍 전 고요` 분위기다. 이번 사건으로 `친문(親文)`과 `반문(反文)`간 계파갈등을 넘어 차기 대선주자를 놓고 파워게임이 본격화할 것이란 게 정계 분석이다.
# 트위터 계정 진실 공방‥이재명 `위기`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의 핵심은 트위터 계정(@08_hkkim)의 주인이 누구냐다. 경찰은 19일 `혜경궁 김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아내 김혜경씨라고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날 이재명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트위터 계정의 주인은 제 아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 경찰`이라며 꼬집었다. 그러자 민갑룡 경찰경찰은 이날 "수많은 자료를 분석해 얻은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트위터 계정을 놓고 진실 공방이 이어지면서 이재명 지사가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솔직하고 직설적 화법으로 많은 지지를 얻었지만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정계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앞서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여배우 스캔들` 등으로 상당한 상채기가 난 상황이다. 여기에 `혜경궁 김씨` 관련 경찰 수사결과 발표로 정치적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
# "친문 후보 탈락시켜 위기 자초한 셈"
정치권 한 인사는 `혜경궁 김씨` 사건을 두고 "이재명 지사가 역린을 건드린 대가"라고 전했다. 역린(逆鱗)은 `용의 가슴에 거꾸로 난 비늘`이란 뜻으로 `임금의 노여움`을 비유한 단어다. `혜경궁 김씨` 사건의 발단을 보면 지난 4월 경기도지사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과정에서 전해철 의원(당시 후보)이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08_hkkim·혜경궁 김씨)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단독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전해철 의원이 누구인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처럼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이끌어 참여정부 민정비서관, 민정수석을 지냈다. 이호철 전 민정수석,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른바 `3철` 중 한명이다. 특히 정계와 거리를 두고 있는 이호철, 양정철 두 사람과 달리 전 의원은 현역의원으로 사실상 당내 친문 그룹의 선봉장격이다. 그가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을 때 문 대통령 마음이 어땠을 지 짐작이 간다. 또, `혜경궁 김씨`는 2016년 12월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가 취업특혜를 얻었다는 허위 사실을 트위터에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발표가 맞다면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셈이다.
# "계파 갈등 본격화‥대선 후보 압축"
청와대는 19일 `혜경궁 김씨` 관련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당에서 판단하고 논의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관여할 성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판단이 중요하다는데 아직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사법부 판단을 지켜보자는 건데 그동안 `친문`과 `반문`간 계파갈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이 `친문`과 `반문`간 계파싸움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경찰이 `혜경궁 김씨` 수사에 착수한 지 7개월 만에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 수사 역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친문`과 `반문`의 입장이 분명히 엇갈릴 게 불 보듯 뻔하다.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의 혐의가 인정되면 당내 `친문`세력의 힘이 커지고, 혐의를 벗을 경우 당내 `반문`세력의 입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차기 대선주자를 놓고 당내 파워게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투 폭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이어 이재명 지사까지 지난 19대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경쟁한 후보들이 잇따라 정치적 타격을 입고 있다. 당시 또다른 후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자기정치` 비판을 받으며 당내 입지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현재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을 차기 대선주자로 압축하는 모양이다. 이제 약 한달 반만 지나면 문 대통령은 임기 중반을 넘겨 집권 3년차에 접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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