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보신 것처럼 경쟁상대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변화의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한국 자동차 업계의 혁신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문제와 저조한 연구개발 실적의 덫에 빠져있다는 분석입니다.
배성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한국 자동차 산업에게 '대전환'이란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정부 차원의 수소차 지원 등 미래 전략이 제시되고는 있지만, 고비용 저효율과 낮은 연구개발비라는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나마 비용을 낮출 대책으로 평가받는 광주형 일자리도 노조의 반대와 광주시-현대차 간 협상 난항으로 막혀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협약 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광주에 새로운 공장을 짓더라도 이미 포화 상태인 내연기관 소형 SUV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점도 숙제거리입니다.
<인터뷰> 하부영 현대차노조지부장
"광주형 일자리라고 하는데, 기아차 광주공장만 하더라도 이미 15만대의 시설이 남아돌고 있습니다. 새로운 낡은 방식의 공장을 짓는다는 것조차도 전혀 현실과 맞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GM 처럼 과감한 결단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현대차의 경우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때마다 그것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심의하는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되어있어, 지금의 구조에 칼을 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업계 자체의 혁신 의지 부족도 문제로 지적받습니다.
신기술을 탑재한 제품들이 속속들이 시장에 나오는 상황에서, 세계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 못하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용진 서강대학교 교수
"중국 자동차가 AI 탑재한다든지 새로운 서비스 탑재한다든지 이런 게 빨라지고 있고. 일본차들도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해 빠르게 반응했고 한국차는 못했다 이런 측면이 큰 문제 중 하나…."
실제로 자율주행 기술의 경우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대부분의 특허를 차지하고 있고, 그나마 50위권에 들어간 현대차마저도 35위에 그쳤습니다.
단순히 지난 1년간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개발비용만을 비교한 순위표에서도 한국 자동차 기업은 현대차뿐, 그것도 69위에 불과합니다.
폴크스바겐과 도요타가 현대차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연구개발비용을 투자하며 각각 3위와 1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위치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대전환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인터뷰>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세계 자동차 구조조정이 한 2년 정도 지속될 건데, 2년 후에는 완전 바뀐 모습으로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이번 GM 사태를 잘 보고 가야지, 그때 이제 우리는 파산할 수도 있다는 거죠."
업계 전체가 변혁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달리고 있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은 공장 문을 닫는 과감한 결정도,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도 결정하지 못하는 현실의 덫에 걸려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