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바르는 남성용 피임 '젤' 개발

입력 2018-12-03 11:10  

미국에서 피부에 바르는 남성용 피임 `젤`(gel)이 개발돼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아동보건 인간발달연구소(NICHD)는 약 400여 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이 피임 젤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2상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NBC 뉴스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이 피임 젤(NES/T)은 세게스테론 아세테이트(segesterone acetate)라는 프로게스틴 성분이 함유된 네스토론(Nestorone)에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섞은 것으로 어깨와 등에 바르면 피부를 통해 체내에 흡수된다고 NICHD의 다이애나 블리스 피임 개발 프로그램실장이 밝혔다.

이 젤에 함유된 프로게스틴은 체내에 흡수되면 고환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생산을 차단, 정자의 수를 상당히 줄이거나 거의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린다고 그는 설명했다.

네스토론은 경구 투여로는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테스토스테론은 알약으로 투여할 경우 체내에 하루밖에 머물지 못하지만, 피부를 통해 흡수시키면 이 두 호르몬 모두 오래가고 효과도 높아진다.

남성은 프로게스테론이 원래 아주 적다. 따라서 프로게스테론의 양이 늘어나면 고환에 지금은 정자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는 것이 블리스 실장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고환을 속여 정자를 만들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피임 젤에 굳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추가하는 이유는 피임 젤의 부작용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성욕 감퇴와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한 것이다.

블리스 실장에 따르면 여성용 경구 피임약은 매일 투여해야 하는데 빼먹지 않고 완벽하게 복용할 경우 피임 실패율은 7%로 아주 낮다.

콘돔의 경우는 완벽하게 사용해도 피임 실패율이 12%에 이른다.

남성용 피임 젤의 경우 이론상으로는 하루 정도 바르지 않아도 별문제는 없지만 3~5일 사용을 중지하면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블리스 실장은 말했다.

임상시험에 참가하는 커플은 먼저 남성 파트너가 이 피임 젤을 꾸준히 발라 정자의 수가 임신이 불가능할 수준까지 떨어지면 그다음 여성 파트너가 경구 피임약 투여를 중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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