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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되살아난 금융위기 망령…한국, 내년이 문제 -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8-12-10 09:37   수정 2019-01-0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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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세계 및 한국경제 총결산(2)


올해 세계 경제 이슈를 정리하면서 신흥국 금융위기 조짐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후반 선진국 주식시장(블랙 먼데이), 1990년대 후반 신흥국 통화시장(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대 후반 선진국 주택시장(서브 파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뒤 2010년대 후반에는 금융위기 후보지로 신흥국 상품시장이 지목돼 왔다.
◇ 10년 만에 되살아난 금융위기 망령
지난 3월 이후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에 이어 이란·터키 등 중동 국가가 잇달아 외자 이탈에 시달리면서 10년 만의 금융위기 망령이 되살아났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오히려 악화되는 분위기다. 모두 상품가격에 민감한 신흥국이다. 지난 10년 동안 늘어난 달러 부채 만기가 돌아오는 시기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과 맞물리면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금리차와 환차익을 노린 캐리 자금도 네거티브 트레이드 여건이 형성돼 달러계 자금을 중심으로 외자 이탈에 가세했다.
신흥국의 미숙한 정책 대응도 위기를 키웠다. 외자 이탈을 수반한 달러 부채 상환에 가장 적절한 대책은 외환보유 확충과 외자 조달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지난 3월 이후 금융위기 조짐에 시달리는 대부분 신흥국은 금리인상으로 대처해 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정책(기준)금리를 60%까지 올렸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해마다 4,000억 달러 이상의 달러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올린 Fed가 올해 마지막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올린 후 내년에도 세 차례 정도 추가 인상을 계획하고 있어 신흥국 외화 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한 금리인상은 실물경기 침체와 추가 외자이탈 간 ‘악순환 고리(Vicious Cycle)’를 형성시킨다. 20년 전 태국·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가 겪었던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배경이다. 벌써 일부 신흥국은 이런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앞으로 예의주시해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 금융위기 가능성 높은 신흥국은…한국은
중요한 것은 어느 신흥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활용하는 외환상환계수 등으로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을 점검해보면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터키·파키스탄·이란·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높게 나타난다. 브라질·인도네시아·멕시코·필리핀·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은 그 다음 위험국이다. 이 가운데 금융위기 발생 고위험국으로 분류되는 중남미 국가는 외채 위기로 학습효과가 있고, 베네수엘라를 제외하면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고려할 때 위기 돌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란처럼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거나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과도하게 참여한 파키스탄 등과 같은 나라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더라도 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IMF의 최대 의결권을 미국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을 앞두고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차기 금융위기가 어느 국가에서 발생할 것인가’는 이런 각도에서 따져보면 어느 정도 감(感)을 잡을 수 있다. UN의 수출통제품목인 북한의 석탄 수입이 공식화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흐트러지고 있는 한국은 과연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할 때다.
한국 경기 침체 우려는 나라밖에서 먼저 제기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진단과 예측지표로 가장 정확하다고 평가받는 국제협력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로 한국의 경우 작년 11월 이후 ‘100’ 밑으로 떨어진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밑돌 때는 ‘경기 둔화’ 혹은 ‘침체’를 의미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 내년 경기둔화 경고음…한국 정책수단 있나
우리 경제에 놓인 변수는 녹록치 않다. 대외적으로 각국의 보호주의 물결이 누그러지지 않았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은 한국의 주력 산업을 노리고 있다. 일본,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기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터키·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의 금융위기 재연 조짐도 불안 요소다.
대내적으로는 현 정부가 최우선 순위를 두고 추진하고 있는 노동과 기업정책 개혁은 가는 방향이 맞다하더라도 정책 수용층이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 과다한 의욕과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다보면 우리 경제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경제하고자 하는 의욕’과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도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됐다. 거시(성장률과 고용)와 미시(상장기업 실적) 차원에서 삼성전자 쏠림과 착시 현상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테일 리스크(Tail risk)’도 어디에서든 나타날 수 있다.



내년 한국의 상황이 더 우려되는 것은 경기가 둔화(혹은 침체)될 경우 이를 살릴 수 있는 정책수단이 남아있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 통화 정책은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추진하기가 어렵다. 재정 정책은 아직 여유가 있으나 재정수지가 너무 빨리 악화되고 있다. 외환정책은 외화거래 내역을 공개해야 돼 실질적으로 ‘개입’이 어려워졌다.
우리 경제는 유독 위기설에 민감하다. 정책 당국자가 알아야 할 것은 이러한 위기설이 `통계 수치상의 위기`가 아니라 정부의 경제운용 체제를 중심으로 한 `사회시스템상의 위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정책 책임자는 경기논쟁이 아니라 경제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몰두해야 한다. 기존의 이론과 관행이 통하지 않는 경제 정책 여건에서는 특정인에 의존하기보다 국민 모두의 집단 지성을 구해 대처해 나가는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이 더 효과적이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주연이 되는 `M-트로이카(Management-Troica)`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남북문제도 그렇다. 경제정책 우선순위는 지표경기보다 체감경기를 개선하는데 둬야 한다.


한상춘/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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