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선 KTX 탈선 사고 당시 열차 승무원이 승객 대피명령을 내릴 때 반드시 열차팀장과 협의를 거치도록 한 코레일 비상대응 매뉴얼 탓에 승객 대피가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8일 사고 당시 열차에는 열차팀장과 승무원 등 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열차팀장은 1호 차, 승무원은 3호 차에 타고 있던 상황에서 1, 2호차 승객들은 대피명령을, 3호 차 승객들은 `기다리라`는 내용의 상이한 안내를 받았다.
승무원 김모씨는 이와 관련,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승무원은 권한이 없기 때문에 열차팀장이나 직원의 지시를 받아야 승객을 대피시킬 수 있다"며 "열차팀장과 무전이 연결되지 않아 2호 차 쪽으로 달려가 팀장의 지시를 받고 승객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10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에야 승객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열차 내 직원이 2명뿐이어서 승객 대피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열차에 타고 있던 휴가 나온 공군 장병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승객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다.
승무원 김씨는 "군인들에게 노약자와 부상자를 우선 대피시켜주실 수 있느냐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승낙한 뒤 대피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철도안전법에 따라 안전업무는 코레일 본사 직원인 열차팀장이 맡고,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인 승무원은 검표와 서비스 업무만 담당한다.
이 때문에 열차 승무원들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받지 못해 비상상황에 대처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송역과 강릉선 사고 당시 열차에는 열차팀장 1명과 승무원 1∼2명만이 타고 있었다"며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열차팀장 1명뿐이어서 만석일 때 1천명에 달하는 승객들에게 상황 전달과 책임 있는 조처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열차팀장은 열차 내 상황을 총괄하고 관제실과 소통하며 적절한 조치를 판단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며 "열차 내 승무원이 승객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업무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열차팀장이 열차 내외부 상황을 총괄적으로 소통한다고 하면, 승무원에게는 승객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며 "파견법 논란이 있는 KTX 열차 승무원은 코레일이 직접 고용하고 열차안전업무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과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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