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는 지난 9월, BMW 수리차량이 신차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해드린 바 있습니다. (수리차가 신차로 둔갑?…BMW 또 다시 도마 위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215&aid=0000686341)
현행 자동차관리법 상, 수입차 브랜드들이 자동차 수리이력 통지 의무를 교묘하게 피해갈 수 있는 실태를 전해드렸는데요.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3년 전 3천만원을 들여 연구용역을 했음에도, 이번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엔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배성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7월 수입차 브랜드 M사의 자동차를 구매한 신동훈 씨는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차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차량 도장에 기포가 생기는 이른바 오렌지 필 현상이 나타났고, 보닛도 비뚤어져 좌우 간격이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특정한 부분에 오렌지 필 현상이 나타날 경우 해당 부분이 재도장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어디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알기 위해 딜러사와 제조사 측에 연락했지만, 차량 제작과 선적 과정 등에서 '아무 이상 없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요청 끝에 PDI 수리 내용 고지서는 받을 수 있었는데, 대신 차량이 PDI 과정을 거치기 전의 모습을 담은 어떠한 자료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요청 끝에 PDI, 출고 전 성능 검사 결과가 담긴 서류는 받을 수 있었지만 거기에는 수리내역이 없다는 한 줄만 담겨있을 뿐이었습니다.
<인터뷰> 신동훈 / M사 자동차 소유주
"PDI 센터 이전에 있었던 기록들을 저도 보고 싶었는데 전혀 그런 것도 남아있지 않았고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자동차를 구매할 때 어떤 고지도 없었습니다. 그것을 알려줄 의무도 없다고 했었고 나중에 제가 요구를 하니까 그제서야 보여주는 그런 형식이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수리이력 고지의 주체와 자동차 제작일 등을 모두 명확히 규정짓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의 고장과 흠집에 대해 고지해야 할지도 조항은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제조사와 딜러사 간에 책임 떠넘기기가 가능합니다.
여기에 PDI 과정은 완전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국토부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15년 3천만원을 들여 연구용역에 착수했습니다.
한국경제TV가 단독 입수한 2016년 국토부 연구용역보고서에는 이미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담겨있습니다.
책임의 주체를 '자동차 제작·판매자 등'이 아닌 '자동차 제작자와 딜러'로 구분 짓고, 수리이력고지 의무를 딜러로 규정하는 수정안을 제안했습니다.
또 PDI는 공장출고일 이후의 과정이지만 자동차 제작·판매자가 동시에 책임을 져야하고, 고지할 수리의 정도는 소비자권장가격의 3% 이상일 경우를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이른바 레몬법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당시 용역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이어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위해서라도 자동차관리법 개정 입법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2015년 용역 입찰 관계자
"되게 추상적인 규정이고 그러니까 그 법률 규정만 가지고는 실제 현장에 집행하기가 힘들다. 현재의 그 용역 취지대로 소비자가 보호를 못 받고 있기 때문에 빨리 입법화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입차 구매가 이른바 '5천만원짜리 뽑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소비자에게 수입차의 수리이력이란 아직까지도 안갯속입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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