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받지 못한 용기, 피해자는 왜 계속 고통받는가?
21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신고 이후에도 계속되는 피해자의 두려움과 고통에 대해 살펴본다.
# 죽음을 선택한 피해자
지난 14일, 정수아(가명)씨가 생사의 기로에 선 채 응급실에 실려 왔다. 22살의 젊은 나이에 유서를 써놓고 자살 기도를 한 것. 도대체 그녀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우리 아이가 맞은 기간 (생각)하면 백 대 이상은 되겠죠. 악마예요, 악마"
-어머니 박미경(가명) 씨 인터뷰 中
어머니 박미경씨는 수아 씨가 겪는 고통의 원인으로 그녀의 전 남자친구인 이 씨를 지목했다. 소위 `먹방BJ`로 활동했던 수아 씨는 방송을 통해 같은 BJ인 이 씨를 알게 됐고, 둘의 관계는 곧 연인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수아 씨를 대하는 이 씨의 태도가 달라졌다.
수아 씨는 사귀는 동안 이 씨에게 끔찍한 폭행을 당해왔다고 털어놓았다. 난데없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니냐며 그녀를 추궁하던 이 씨가 다이어트용 훌라후프 조각으로 수아 씨의 손과 허벅지를 내리쳤다는 것이다. 수아 씨는 용서를 비는 이 씨의 말을 믿었지만, 갈수록 폭력의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스팀다리미 이거 진짜 뜨겁냐고...뜨겁게 해주고 싶대요. 그러더니 스팀이 최대로 켜져 있는 상태로 제 배에다가 이렇게 누르더라고요"
-정수아(가명) 씨 인터뷰 中
이 씨는 "괴롭혀주고 싶다"라며 수아 씨의 신체에 다리미를 가져다 대 화상을 입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씨는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를 빌미로 수아 씨를 추궁한 끝에 그녀를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방법으로 성폭행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수아 씨는 이별을 통보하고 이 씨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무엇이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걸까?
# `체벌`하는 남자친구
수소문 끝에 `궁금한이야기Y` 제작진은 이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수아 씨를 때린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은 수아 씨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택한 `체벌`이라고 항변했다.
"여자친구가 과거에 돈이 필요해 마사지숍에서 일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정신 차리라면서 손바닥에 두 차례, 엉덩이에 두 차례 정도 체벌하듯 때렸습니다."
-이 씨가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 내용 中
실제로 그는 한 포털사이트에 익명으로 여자친구를 위해 매를 들었을 뿐인데, 데이트폭력과 성폭행으로 신고를 당해 억울하다는 내용의 상담 글을 남긴 바 있었다. 이 씨의 말에 따르면, 스팀다리미로 인한 화상도 데이트를 준비하는 여자친구의 옷을 다려주려다 순간적인 실수로 생긴 상처라는 것. 그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사실인 걸까?
"고소한다고? 와, 이 XXX. 뭐 고소 유행이가? 설마 거짓 진술할 거야?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한다는 둥. X 같다."
-이 씨의 개인방송 내용 中
전부 수아 씨를 위해 한 일이라는 주장과는 달리, 이 씨는 자신의 개인 채널에서 그녀를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의 방송을 하기도 했다. 수아 씨를 괴롭히는 것이 곧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그의 말은 무슨 뜻일까?
수아 씨를 괴롭게 하는 것은 이 씨뿐만이 아니다. 용기를 내 경찰에 성폭행 피해를 신고했지만 피해자 지원 서비스조차 제대로 고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해바라기 센터의 존재를 알게 된 수아 씨가 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고 나서야 그녀는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데...
21일(오늘) 저녁 8시 55분부터 방송되는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궁금한이야기Y 스팀다리미 폭행사건 (사진=SBS)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