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는 `검은 2018년`으로 기록될 만하다. 어떤 가상화폐는 전년 말 대비로 2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하는 등 지난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가상화폐가 올해 들어 그 바닥을 모르게 추락했기 때문이다.
31일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시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70~90%나 떨어졌다.
연중 증감률은 지난해 12월 31일 자정과 이날 오전 9시 기준 가격을 비교해 계산했다.
가상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 1천865만7천원에서 이날 428만9천원으로 77.0%나 빠졌다.
연말 연초 뜨거웠던 가상화폐 시장은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발언 이후 급속하게 식어갔다.
약간의 혼선이 있긴 했으나 정부는 연이어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고, 급기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내놓았다.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대형 거래소에만 은행 가상계좌를 열어주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이 제한됐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비트코인이 1천만원대가 무너진 것이 이때쯤이다. 2월 2일 888만4천원으로 올해 들어 1천만원을 밑돈 이후 몇차례 1천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힘을 받지 못했고 급기야 40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또 다른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은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지난해 말 104만300원에서 이날 15만5천800원으로 85.0% 내렸다.
연초 고점인 201만9천600원(1월 10일)에서는 92.3%나 내렸다. 한창 뜨거운 열기에 이더리움을 산 투자자라면 `피눈물`을 흘릴 법한 추락세다.
국제결제시스템을 대체할 대안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리플도 날개 없이 추락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2천685원에서 이날 414원으로 84.6% 하락했다. 연초 고점 4천502원(1월 4일)에서는 90.8%나 내렸다.
리플은 9월 들어 2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들어 `반등 아닌 반등`의 모습을 보였다.
그밖에 다른 가상화폐도 대동소이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라이트코인(-88.8%), 이더리움클래식(-85.7%), 모네로(-88.3%), 이오스(-71.8%) 등 대부분이 증시에서 보기 힘든 하락률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캐시(-94.4%), 퀀텀(-96.5%), 비트코인골드(-95.2%) 등은 지난해 말에 견줘 2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초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가상화폐 열풍을 꺾은 주요 원인이었다면 이후에는 대형 거래소의 해킹 피해와 검찰 수사 등 업계의 사건·사고가 남은 불씨를 꺼뜨리는 역할을 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지난 6월 해킹 공격으로 수백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도난당했다.
최초 피해액은 350억원으로 공지됐다. 이후 해외 거래소와 협업해 탈취당한 가상화폐 일부를 되찾으면서 피해액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189억원에 달했다.
당시 빗썸 해킹 악재로 가상화폐 국내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낮은 `역(逆)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상화폐 시장은 이달 들어 가까스로 되살아나는 기미가 보였지만 업비트 임직원이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 다시 고꾸라졌다.
검찰은 업비트 임직원이 법인 계정에 실제로 원화를 입금하지 않고 1천221억원이 있는 것처럼 전산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를 보호할 뚜렷한 규정도, 대형 거래소가 주는 안정감도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불안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상화폐 시장이 내년에는 바닥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2018년 시세는 투기 광풍과 맞물려 비이성적인 폭등과 그에 대한 골이 깊었던 한 해였다"라며 "2019년 시황은 예측할 수 없지만 각 암호화폐가 지닌 기술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가속하고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는 증권형 코인이나 안정적 시세를 기반으로 결제사업 등에 적용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 등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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