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나온 이명박, 주민번호 질문에 "뒷자리 잘 모르겠다"

입력 2019-01-0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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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심 선고 당시 생중계에 반발하며 법정 출석을 거부한 뒤 4개월여 만에 항소심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소 수척해 보였지만 대체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는 2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사건 첫 재판을 열었다.
정식 재판인 만큼 피고인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직접 법정에 나왔다. 그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9월 6일 열린 1심 결심공판 이후 118일 만이다.
재판장이 "피고인 이명박 씨"라고 출석을 확인했고, 마른기침을 하며 피고인 대기석에서 나온 이 전 대통령은 곧장 피고인석에 앉았다. 주변엔 강훈(64·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 등 변호인 9명이 자리했다.
그가 법정에 들어서자 측근인 정동기 전 민정수석,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 전 대통령을 맞았다. 이날 재판에는 이 전 대통령 측근 10여명이 나왔다.
뿔테 안경을 쓴 이 전 대통령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이었다. 왼쪽 옷깃엔 수용자 신분임을 알리는 하얀색 구치소 표식 배지가 달려 있었다.
재판장이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자리에서 일어선 이 전 대통령은 "411219"라며 자신의 생년월일을 읊다가 "뒤에 번호를 모르겠습니다"라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재판장이 양측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를 확인하는 동안 그는 방청석을 꼼꼼히 둘러보며 법정을 찾은 이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검찰 측이 먼저 프레젠테이션으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부분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이 전 대통령은 대체로 무표정하게 자신의 앞에 마련된 컴퓨터 모니터만을 바라봤다.
이따금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왼편에 앉은 황적화(62·연수원 17기) 변호사와 웃으며 가벼운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의 항소 이유 설명까지 들은 후 재판장은 "피고인, 특별히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고, 자리에서 일어선 이 전 대통령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만 2심 종결 시점에서 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9일 두 번째 공판을 열고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재판부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갖고서 재판에 임하고 있으며, 억울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변호인이 잘 입증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인신문과 관련해선 "기본적으로 이 전 부회장이 에이킨 검프의 김석한 변호사로부터 얘기를 듣고 돈을 지원했다고 하고 있다"며 "김 변호사가 대통령이 낼 돈을 (삼성이) 대신 내라고 얘기했단 것인지 자신이 대통령을 위해 쓰는 비용을 삼성에 좀 도와달라 했다는 것인지에 따라서 뇌물 여부가 판명 나므로 어떤 점이 사실인지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서인지 재판이 열린 30여석의 법정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다. 20여명은 서거나 바닥에 앉은 채로 재판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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