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앓던 아들 살려주신 은인인데, 세상에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나요."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를 찾은 정 모(55)씨는 고인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씨의 아들은 10년간 우울증을 알아오던 중 임 교수를 만나 치료를 받은 환자다. 전날 저녁 임 교수의 소식을 접하고 충남 천안에서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았다고 했다.
정씨는 "우울증약을 끊지 못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던 아들이 임 교수를 만난 뒤 새로운 삶을 살게 됐는데 안타깝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환자들에게 자상한 아픈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선생님이었다"며 "(소식을 듣고) `혹시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임 교수의 장례식은 유족의 뜻에 따라 차분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장례식장 측은 빈소 앞 복도에 인력을 배치해 조문객을 제외한 외부 접촉을 막았다. 조문객이 몰리면서 취재진도 1층 로비로 이동했다.
빈소에는 신호철 강북삼성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직원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동료 의사들은 의사 가운 대신 입은 흰 자켓 왼쪽 가슴에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달고 조문을 이어갔다.
조문을 마친 한 정신건강의학과 동료 교수는 휴지로 연신 눈물을 찍어냈다. 그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빈소를 찾은 한 간호사는 "임 교수와 개인적으로 같이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황망하다"고 토로했다.
간호사들도 눈시울이 붉어진 채 삼삼오오 빈소를 찾았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결국 사망했다.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등을 보면 임 교수는 흉기를 든 환자에게 쫓기는 순간에도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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