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여객선, 199명 구조한 선장…'크리스마스의 기적'

입력 2019-01-02 23:02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에서 승객 195명과 승선원 4명 등 199명을 태우고 항해하던 여객선 블루레이 1호(199t)가 가파도 근해에서 좌초됐다.
배의 방향을 조정하는 타기실에 물이 들어오는 등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빠른 구조로 단 한 명의 사상자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 이 같은 구조는 무전을 받고 빠르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양정환 선장(55)의 덕이 컸다.
양 선장은 사고가 발생한 날 오후 2시 40분께 가파도 근처에서 여객선이 좌초됐다는 무전을 받았다.
당시 그는 마라도에서 태운 승객을 내려주기 위해 산이수동항에 자신이 운항하던 송악산 101호(139t)를 정박한 상태였다. 양 선장은 10여 분 뒤 다음 승객을 태우기 위해 다시 마라도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주저 없이 사고가 난 가파도로 배를 돌렸다.
양 선장이 소속된 `마라도 가는 여객선`도 제주운항관리센터에서 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마라도에서 배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선장은 배를 돌린 지 20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 당시 블루레이 1호에 탑승한 승객 195명을 안전하게 태우고 제주 모슬포항 인근의 운진항으로 들어왔다.
또 사고로 블루레이 1호가 운항하지 못하게 되자, 마라도에서 대기 중인 승객 96명을 운진항까지 대신 수송해주기도 했다.
이군선 `마라도 가는 여객선` 안전부장은 "블루레이 1호가 소속 회사는 다르지만 신경 쓰지 않고 인명 구조에만 집중했다"며 "평소 서귀포시 대정읍·안덕면 지역 여객선과 유람선, 해경 등과 민관 자율협조체제를 구축해놓고 있어서 사고 시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날인 1일 양 선장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당시 200명 가까운 승객을 신속하게 구조해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부른다"며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양 선장은 이에 "바다에 있는 사람이라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특별히 제가 잘한 것은 없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러면서 "당시 승선원과 해경, 어선까지 모두 함께 신속하면서도 침착하게 대응한 것이 그런 결과를 만든 것 같다"고 답했다.
양씨는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해낸 일"이라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또 지난달 제주해양경찰청이 감사의 뜻으로 전달한 `제주해양경찰 수난구호 업무유공 명패`도 같은 이유를 들며 극구 사양하다가 민간구조 참여 확산을 독려한다는 취지를 존중해 뒤늦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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