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한 사람의 장기집권과 그 CEO에게 집중된 제왕적 권력은 지방 금융회사들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는데요.
각종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올 때마다 지배구조를 쇄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CEO 인선 과정을 보면 아직 멀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DGB금융그룹이 8개월째 공석인 대구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습니다.
대구은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행장 겸직 여부 때문입니다.
DGB대구은행 이사회는 당초 오늘 대구은행장을 최종 결정키로 했지만 여론을 의식해 오는 18일로 결정을 미뤘습니다.
당장 대구은행 내부에서는 반발 기류가 거셉니다.
김 회장이 행장 겸직을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장기집권을 시도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대구은행장 자격 요건을 까다롭게 바꾼 것도 결국 김 회장 본인의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대구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은 과거로의 회귀, 지배구조의 후진화를 완성하려는 저의”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지난해 5월 DGB금융 회장에 오른 뒤 대구은행장을 겸직하지 않고 내부 출신에서 행장을 뽑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등 과거 각종 비리들이 제왕적 권력에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DGB금융지주 측은 “은행장을 양성하기 위한 한시적인 조치이고 은행장에 추천할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한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전북은행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은행장 자리는 연임에 도전하는 임용택 현 행장과 내부출신인 김병용 JB금융 상무의 2파전으로 좁혀졌습니다.
임 행장은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후임으로 결정된 김기홍 차기 회장 내정자보다 5살 많습니다.
지배구조 쇄신이라는 명분마저 내버린 채 장기집권을 시도하는 지방금융 수장들.
은행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입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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