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 푸른 해’가 아동학대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종영했다.
지난 16일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가 종영했다. 촘촘한 미스터리 그물, 치밀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 등. 마지막까지 더할 나위 없었다. 무엇보다 ‘아동학대’에 대한 메시지를 남긴 결말이 ‘붉은 달 푸른 해’다웠다. 이는 시청률로 이어졌다. 닐슨 수도권 기준 31회는 5.7%, 32회는 6.2%를 기록했다. 특히 32회 시청률 6.2%는 기존 자체최고 시청률과 동일한 수치로 더욱 의미가 있다.
이날 방송에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아동학대 가해자만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른 연쇄 살인범 ‘붉은 울음’ 정체가 밝혀졌고 차우경(김선아 분)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녹색소녀, 친동생 차우경의 존재와 행방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밝혀졌다고 해서 마냥 개운할 수는 없었다. 그 뒤에 남겨진 메시지와 현실이 너무도 씁쓸했기 때문이다.
이은호(차학연 분)의 죽음 후, 새롭게 등장한 ‘붉은 울음’은 이은호의 친형 윤태주(주석태 분)였다. 정신과 전문의 윤태주는 20여년 만에 만난 친동생 이은호의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최면을 했고, 이은호가 어린 시절 겪었던 끔찍한 고통을 접한 윤태주는 충격에 휩싸였다. 결국 윤태주, 이은호 형제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인해 폭주했고, 아동학대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윤태주가 살인을 설계하고, 이은호가 행동에 옮겼다. 윤태주는 최면으로 차우경과 하나, 시완 등 학대당한 아이들 기억을 훔쳤다. 그 기억을 토대로 아이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 어른들을 살해했다. 윤태주가 마지막까지 꼭 처리하고 싶었던 인물이 차우경 새 엄마 진옥(나영희 분)이었다.
차우경도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기억과 마주했다. 녹색소녀가 차우경의 친동생 차세경으로 밝혀진 가운데, 진옥은 차세경의 행방에 대해 입을 꼭 닫았다. ‘붉은 울음’ 윤태주는 끝없이 차우경을 자극했고 차우경은 집안 벽난로 밑에 묻혀버린 친동생 차세경과 마주했다. 동생 유골을 품에 안고 오열한 차우경은 진옥에게 들끓는 분노를 토해냈다. 급기야 진옥을 향해 망치를 들었다. 그 순간 녹색소녀, 차우경 친동생 차세경이 나타나 그녀를 말렸다.
이후 차우경은 ‘붉은 울음’ 윤태주가 진옥을 살해하도록 유인했다. 하지만 이는 덫이었다. 그 자리에 경찰 강지헌(이이경 분), 전수영(남규리 분)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결국 그렇게 ‘붉은 울음’ 윤태주는 살인을 멈추게 됐다.
모든 사실이 밝혀졌지만 현실은 그대로였다. ‘붉은 울음’이 말한 것처럼 살아 있다는 것은 기회, 가능성을 의미했다. 진옥이 비밀을 감춰왔던 짐에서 벗어난 것. 그럼에도 차우경은 심판 대신 가능성을 선택했다. “죽이고 싶지만 누군가에게 종말을 구하기엔 내가 지은 죄가 너무 많아. 내가 결백하지 않은데 누가 누구를 심판해”라는 차우경의 말이 묵직한 메시지와 여운을 남겼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장르물 대가 도현정 작가, 치밀한 연출의 최정규 감독, 김선아-이이경-남규리-차학연 등 본 적 없는 특별한 배우조합, 오감자극 심리수사극을 예고해 방송 전부터 주목 받았다.
방송이 시작되자 대중의 기대는 완벽하게 충족됐다. 스토리는 촘촘했고 시(詩)를 단서로 차용한 미스터리도 신선했다. 예측불가 전개는 시청자 숨통을 틀어쥐었고 디테일한 연출은 그 충격을 배가시켰다. 중심에서 극을 이끈 김선아의 혼신을 다한 열연은 매회 감탄을 자아냈으며 이이경, 남규리, 차학연 등 배우들의 연기도 강렬했다. 뿐만 아니라 김여진, 백현진, 김법래, 주석태 등 모든 배우들이 분량과 관계없이 막강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럼에도 ‘붉은 달 푸른 해’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메시지’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잔혹할지도 모른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이 아이들을 학대하고 방임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애써 모른 척 했던 ‘아동학대’를 극 전면에 내세우고 사회 화두를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붉은 달 푸른 해’는 역대급 문제작이자 수작일 수밖에 없다. 잔혹했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고 꼭 봐야 했던 ‘붉은 달 푸른 해’의 여운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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