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공매도 투자 어디까지 왔나

방서후 기자

입력 2019-01-18 10:55   수정 2019-01-18 10:34

    <앵커>

    요즘처럼 국내 증시가 부진할 때 개인 투자자들을 울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공매도일 겁니다.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없는 주식을 빌려서까지 투자하는 공매도 거래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공공의 적, 기울어진 운동장의 대명사로 불리며 폐지를 원하는 국민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정작 금융당국은 공매도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개인에게도 문을 열어주는 쪽으로 제도를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증권부 방서후 기자와 개인 공매도 거래 현 주소를 짚어봅니다. 방 기자, 먼저 공매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말 그대로 없는 걸 판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한 주에 천원인 종목이 있다고 할 때 그 종목의 주가가 떨어질 것 같다, 그러면 우선 주식을 빌려서 매도를 합니다.

    이후 주가가 진짜로 하락해서 500원이 됐다고 하면 그 500원짜리 주식을 사서 원래 주인에게 갚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500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개인 투자자가 이런 기법으로 수익을 올리기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은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공매도에 필요한 주식을 빌리기 쉽지만 개인 투자자는 주식을 빌릴 곳이 사실상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개인 투자자는 아예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없는 건가요?

    <기자>

    물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신용거래대주 서비스가 있는데요.

    하지만 신용거래대주 서비스를 통해 빌릴 수 있는 종목이 적고, 대여 기간은 짧으면서 수수료는 비쌉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상장 주식 전체를 낮은 이율로 만기 없이 빌릴 수 있는 것과는 대비될 수밖에 없죠.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제도적으로 너무 불공평하기 때문에 아예 공매도 자체를 없애달라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국내 증시 거래량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매도를 없애면 시장이 오히려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공매도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개인에게도 공매도 거래 문턱을 낮추는 쪽으로 투자자 달래기에 나선 겁니다.

    개인 공매도 활성화의 핵심은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개인들이 빌려 공매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건데, 한국증권금융이 칼을 빼들었습니다.

    정완규 사장의 이야기 잠깐 들어보시죠.

    <인터뷰> 정완규 한국증권금융 사장

    "올해 국내외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증권사 대상 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개인의 공매도 거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대주 재원을 확충해 나가겠습니다."

    <앵커>

    개인의 공매도 거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대주 재원을 늘리겠다는 건데, 기존에도 이미 신용거래대주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잖아요? 뭐가 달라지는 건가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내용 중에 개인은 빌릴 수 있는 주식이 적다고 했었죠. 그 이유가 현재 신용거래대주 서비스를 통해 빌릴 수 있는 주식은 신용거래융자 담보주식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투자자가 대출을 받기 위해 증권사에 담보로 맡긴 주식만 빌릴 수 있었다는 거죠.

    심지어 담보로 맡긴 주식을 다 빌릴 수 있는 게 아니라 사전에 담보활용에 대한 동의를 받은 주식으로만 제한됩니다.

    결국 개인 투자자에게는 원하는 주식을 필요한 수량만큼 빌릴 수 있는 대주 공급기관이 필요한 건데, 증권금융이 그 역할을 해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증권금융은 기관투자자로부터 주식을 차입해 올해 상반기 안에 대여 가능 주식을 248개로 늘리고, 대주 잔고도 92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결국 기존에 담보로 잡혀 있던 주식 말고도 증권금융이 외부에서 빌려온 주식까지 빌려주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증권금융은 향후 투자자들의 대주 이용 상황을 감안해 대여 가능한 종목수를 추가로 더 늘리겠다고도 했습니다.

    제대로 자리만 잡으면 A증권사에서 B증권사로, B증권사에서 C증권사로 서로 주식을 대여하며 주고받는 시스템도 가능해지고, 이는 결국 개인 공매도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완규 사장의 설명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 참여를 늘리는 효과가 있나요?

    <기자>

    가까운 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 비중을 보면 지난 2017년 기준 전체 공매도 거래의 23.5%를 차지합니다.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가 코스피 공매도 거래의 0.4%, 코스닥 공매도 거래의 0.7%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일본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 참여가 얼마나 활발한 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도가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높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고요.

    그럼에도 일본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거래가 활발한 것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제공되는 주식대여서비스가 외국인과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못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앙집중방식으로 주식대차재원을 공급하는 기관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일본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주식대여서비스에는 종목과 수량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대여 서비스로부터 발생하는 신용 위험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고, 개인 투자자들도 외국인 못지 않게 최적의 환경에서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개인 공매도 활성화와 관련해 금융위가 내놨던 방안이 일본처럼 안착하려면 매매창구를 가지고 있는 증권사들이 적극 참여해야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감이나 낮은 수익성 등을 생각하면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개인 공매도 활성화가 공매도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반발이 워낙 거셌던 나머지 내놓은 임시 방편에 그치지 않으려면,

    증권사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큰 일본에서조차 개별 증권사가 대주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위험 관리와 유동성 관리에 전문성을 가진 대주기관을 육성해 대주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 업계와 당국이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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