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2월5일)개봉하는 <시인할매>, 독일 다큐영화가 생각나는 기대작

입력 2019-01-21 13:07   수정 2019-01-21 13:29


벌써 9년전 일이다. 2010년 9월에 <한국-독일 다큐멘터리 피칭대회>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피칭이란 투수가 포수에게 공을 던지듯이 자신의 작품 기획안을 짧은 시간에 소개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말한다. 보름간 독일의 유명 프로듀서들에게 강의를 들은 후 그를 바탕으로 마지막날 자신의 다큐멘터리 기획안을 발표하는 일정였다.

첫 날 강의를 듣는 동안 지루함에 온 몸이 `꽈배기`가 되었다. 독일 방송 영상물은 한국 예능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속도감과 긴장감이 몹시 떨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독일 방송은 민영보다는 공영적 성격이 강했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소개된 영상들은 이런 것들였다. 은퇴 후 친절하게 이웃집 고장난 수도를 고쳐주는 할아버지 배관공 이야기, 동네 구석에 있는 작은 댄스학원 이야기, 베를린 필의 아시아 투어 이야기. 그런데 그 `느려터진` 영상들이 한 3일 지나니까 그렇게 편하게 다가올 수가 없었다. `이런 맛였어?`란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니 점차 빠져나오기 힘들어졌다. 설탕 가득한 자극적 오락 대신에 평안한 다큐의 맛을 알게되자 지난 시간동안 일종의 `독`에 중독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강사로 나온 노베르트 마스(Norbert Maass)는 독일 유명 프로덕션 붐타운 미디어(Boomtown Media)의 유통 담당였다. 그가 `거물`였음을 귀국해서 자료조사하면서 알게 되었다. 베를린 댄스학원을 소재로 만든 다큐는 트레일러를 보니 샷이나 앵글에 담긴 `내공`이 지극했다. 독일 다큐멘터리 영화는 국내 시청자들이 `다큐멘터리` 하면 떠올리는 `사실주의적 샷`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들이 말하는 다큐영화는 ‘실제 인물들이 출연한 영화’라고 이해하면 빠르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독일인들이 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헐리우드적 서사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독일 다큐영화는 한국적 시선에서 본다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지점에 서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스타 연기자 대신에 스토리속 평범한 주인공들이 직접 펼쳐내는 진짜 실화 영화’, 이것이 독일 다큐 영화다. 이 사실을 이해시켜 준 이가 바로 유통전문가 `노 선생`였다.

오는 설날(2월 5일)에 개봉되는 <시인할매>(프로듀서 배영호, 감독 이종은) 예고편은 9년전 베를린에서 경험했지만 오래되어 묻혔던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스타는 나오지 않지만 할머니 시인들의 캐릭터는 격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씨네포엠이 나온다.



사박사박
장독에도
지붕에도
대나무에도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윤금순(82) 시인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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