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20 & GREAT 20] "작은 행복에 지갑 연다"

임원식 기자

입력 2019-01-29 17:40  



    <앵커 - 기자 스탠딩>

    "보통 '불황이다' 하면 지갑을 닫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IMF 시절,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쓰자 즉 '아나바다 운동'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하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무조건 아껴야 한다는 인식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소. 확. 행.

    먼 미래, 목돈이 드는 소비보다는 작아도 지금 당장 성취가 확실한 소비로

    행복을 찾겠다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소확행'을 추구하는 한 대학생의 일상을 따라가 봤습니다."

    오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점심시간.

    식당 앞에 줄을 서는 대신 편의점을 찾습니다.

    간이 도시락에 우유 한 팩. 5,400원이 들었습니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들른 곳은 커피점.

    커피 한 잔 값으로 6,100원을 썼습니다.

    밥보다 비싼 커피, 뭔가 뒤바뀐 느낌인데요?

    [인터뷰] 원세영 / 대학생

    "싸고 양이 적은 밥을 먹더라도 그 돈으로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저는 행복하고 하루가 즐겁거든요. 1주일에 3번 정도는 편의점에서 밥을 때우고 커피를 마시는 것 같아요."

    발길을 옮겨 잡화점에 들렀습니다.

    화장품 신상이 없는 지 살피는가 하면 거울 앞에 서서 이색저색 립스틱을 발라봅니다.

    [인터뷰] 원세영 / 대학생

    "뭔가 거창한 건 아닌데 포인트가 되는 이런 립스틱이 저한테는 기분 전환이 되는 것 같아요. 작은 돈으로 큰 행복을..."

    비록 도시락 하나로 끼니를 때웠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든든한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

    [인터뷰] 곽금주 / 서울대 심리학 교수

    "당장은 지굼 비용을 지출했지만 그 소비로 인한 즐거움이, 또 나에게 에너지를 주게 되고 스트레스 해소가 되고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들지만 내 처지가 그리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어쩌면 소비의 양적인 부분보다는 질적인 부분을 더 생각해서 하는 것이기에 현명하다고 볼 수 있겠고요."

    <기자 스탠딩>

    "지속되는 불황은 가계의 소비 패턴도 바꾸고 있습니다.

    여기, 맞벌이 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가장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아이들의 쉼 없는 재잘거림에 웃고 있어도 아빠는 내심 걱정이 가득합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 쌍둥이 취학을 앞두고 교육비 지출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다달이 들어가는 지출 가운데 줄일 게 없나 고민하던 중 10년 넘게 붓고 있던 종신보험을 깨기로 했습니다.

    언제 올 지 모를 미래 걱정하며 비싼 보험료 꼬박꼬박 내는 게 어리석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경환 / 직장인·쌍둥이 아빠

    "기대수명도 길어졌고 제가 90살, 100살 살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30년 후가 그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현재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을 마련하는 게 먼 미래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낫겠다 판단해서 (보험 해지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보장성, 저축성 등 장기보험 가입자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

    반면 '미니 보험'이라 불리는 소액 간단보험의 인기는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월 1만 원도 안되는 돈으로, 특정 기간 동안 필요한 위험 골라서 보장받는 게 효율적이란 판단에섭니다.

    [인터뷰] 전용식 /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내가 사는 동안 편하게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욕망이 더 강해진 걸로 생각이 드는데요.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보다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그런 (보험) 상품들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황이 단지 소비 문화의 변화만 불러온 건 아닙니다.

    경기도 고양에 있는 한 대형 쇼핑몰.

    4천여 ㎡ 크기의 매장에는 유명 브랜드들의 이월상품들로 가득합니다.

    할인율은 무려 90%에 달합니다.

    입점업체들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운영되는 백화점과 달리 이곳은 유통업체가 이월상품을 직접 사와서 팔기 때문에 물건값이 훨씬 저렴합니다.

    한 자리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것 역시 장점이죠.

    [인터뷰] 마옥란 / 신세계 팩토리스토어 사업부 과장

    "매장 중간중간에 브랜드를 구별하는 벽이나 칸막이 없이 대형 편집샵처럼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가격 비교를 보다 쉽게 할 수 있고 저렴한 상품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이 (저희 매장을) 많이 찾습니다."

    무조건 아끼는 게 능사였던 불황의 습속은 이제 점점 옛말이 돼가고 있습니다.

    작은 만족, 작은 행복을 얻기 위한 소비.

    그것은 '불황의 시대, 진짜 똑똑한 소비'를 일컫는 앞으로의 이야기가 될 겁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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