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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28일)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빈소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29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 들어가 헌화 후 영정 사진을 향해 재배하고 반배한 뒤 빈소를 나왔습니다.
이후 빈소 옆에 마련된 응접실로 들어가 상주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법적 후견인), 길원옥 할머니(평양 고향), 손영미 쉼터 소장,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과 말씀을 나눴습니다.
먼저, 길원옥 할머니는 대통령 보자마자 손목에 찬 문재인 시계를 보여주며 웃었습니다.
이어, 윤미향 이사장은 "김복동 할머니가 수술 받은 뒤 진통제를 맞아가며 의지 하나로 버티셨다"며 "아흔넷 나이에 온몸에 암이 퍼졌는데도 9월 오사카를 다녀오고 수요집회도 다녀오시는 등 정신력으로 버티셨다. 의료진이 다 놀라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어머님하고 연세가 비슷하신데 훨씬 정정하셨다. 참 꼿꼿하셨다"고 답했습니다.
윤 이사장은 "돌아가시면서도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끝까지 해달라`, `재일 조선인 학교 계속 도와달라`라고 하셨고, `나쁜 일본`이라며 일본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셨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그러자 윤 이사장은 "`김정은이 빨리 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오면 `금으로 된 도장을 만들어주겠다. 김정은이라고 새겨진 그 금도장으로 통일문서을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제 23분 남으셨죠. 한분 한분 다 떠나가고 계신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떠나보내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길원옥 할머니에게 "고향이 어디시죠?"라고 물었습니다.
길 할머니는 "평양 서성리 76번지"라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평양 가보셨나요?"라고 또 묻자 길 할머니는 "차로 지나가봤는데 예전에 있던 게 없대요"라고 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어머니 고향은 흥남"이라며 "저는 남쪽에서 태어나 고향에 대한 절실함이 덜하지만 흥남출신들은 모여서 고향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버님 돌아가시고 나서는 제가 그 모임에 가고는 했는데 모일 때마다 흥남 출신 신부님이 어디선가 최신판 함흥, 흥남 최신판 지도를 가지고 오셨다"며 "여기는 아파트단지고 여기는 어디고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도를 둘러싸고 함께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산가족들이 한꺼번에 다 갈 수는 없더라도 고향이 절실한 분들이라도 먼저 다녀올 수 있어야 한다"며 "고향은 안 되더라도 평양 금강산 흥남 등을 가면서 반소원이라도 풀어야 하지 않겠나"며 길 할머니에게 "할머니 오래오래 사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길 할머니는 "늙은이가 오래 살면 병이고 젊은이가 오래 살아야 행복이지"라고 답하자 문 대통령은 "함께 오래 살면 되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부족한 게 많으니 어르신들이 이끌어주셔야죠"라고 했습니다.
길 할머니는 "아냐. 젊은이들이 노인들에게 배울 게 하나도 없어. 늙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을 가르칠 재주가 없어"라고 하면서 웃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빈소를 나오면서 조객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 가십시오. 문재인’이라고 기재한 뒤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을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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