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입은 사우디의 미국 견제"

입력 2019-01-3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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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 결정은 미국으로부터 아시아 원유시장을 지키기 위한 국가 차원의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아시아 국가에서 네 번째로 큰 원유 소비국인 한국에서 미국이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키우며 사우디의 입지를 흔들자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에너지 분야 정보분석업체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글로벌 플라츠(S&P Global Platt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로 아시아 주요 원유 소비국에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플라츠는 아람코가 최근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한 뒤 이번 결정을 내놓은 데 주목했다.


지난해 아람코는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나스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말레이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 계획도 밝혔다. 또 같은 해 47조원을 투자해 인도에 대규모 석유단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아람코의 이런 연쇄 투자에 대해 "갈수록 심화하는 글로벌 석유업계 경쟁 속에서 아시아에서만큼은 대규모 수출 판로를 놓칠 수 없다는 의도에서 나온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플라츠는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이 자국 내 셰일가스 생산량을 늘리면서 사우디산 원유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견제가 이번 지분 인수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소비량은 전세계의 20%가량이며, 아시아 국가들은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사우디가 아시아 원유시장의 `거점`으로 눈여겨볼 만한 시장이라는 게 플라츠의 진단이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해 원유 수입량이 3억1천317만배럴에 달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석유 소비국으로 꼽혔는데, 최대 수입 상대국이 사우디였다.

그러나 미국, 카자흐스탄, 아프리카 국가 등에서 수입하는 원유 물량이 늘어나면서 사우디산 원유의 한국 내 점유율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사우디산 원유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17.1%나 줄었다. 반면 미국산 원유 수입은 같은 기간 1천361만 배럴로, 전년 같은 달의 6배 가까이 급증했다.

플라츠는 "미국은 한국에서 세 번째로 큰 원유 공급처가 됐다"면서 "미국의 천연 셰일가스 생산 분지인 이글포드 원유의 수입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를 인용해 설명했다.

그러나 아람코가 이번 지분 인수로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사우디로서는 매달 일정 규모의 대(對) 한국 원유 수출 물량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는 게 플라츠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 원유업계에서 아람코의 존재감이 커졌다는 것은 한국이 앞으로 사우디 원유 수출의 아시아 주요 거점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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