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구 절반, 모바일 세뱃돈 사용...달라지는 설 풍경

입력 2019-02-05 15:22  

중국 베이징에서 일하는 티파니 첸은 매년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때 고향인 안후이(安徽)성으로 귀성길에 올랐으나, 올해는 가지 않았다.

명절 음식 장만에 지친 그의 어머니가 딸의 귀성을 만류하고, 대신 본인이 베이징에 와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설 연휴를 같이 즐기자고 제안한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음식배달 플랫폼인 어러머(餓了<麻변밑에 작을요>·Eleme)에서 음식을 주문한 티파니 첸은 "설 배달음식의 종류가 너무 많아 놀랐다"며 "이제 많은 사람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러머에서 설음식용으로 올라온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火鍋) 5∼7인분의 가격은 499위안(약 8만3천원)이었다.

그믐날 직접 음식을 장만해 가족들과 둥근 식탁에 둘러앉아 설음식을 먹는 `녠예판`(年夜飯) 문화가 달라진 것처럼 중국의 춘제 풍경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집안의 자손들이 어른들을 직접 찾아뵙고 세뱃돈인 홍바오(紅包)를 주고받던 세배 풍속도 모바일 시대를 맞아 아주 `간편한` 방식으로 변화했다.

지난 2014년 중국 텐센트 그룹이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해 홍바오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한 후 그 이용자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중국 최대 메신저 앱인 위챗을 통해 홍바오를 준 중국인은 지난해 6억8천800만 명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올해는 7억 명을 뛰어넘어 중국 인구 절반이 온라인으로 세뱃돈을 주고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춘제 선물로 끈 인기를 끄는 로봇 애완동물] 연합뉴스



자녀들에게 주는 춘제 선물도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 옷이나 신발, 과자 등을 선물했다면 이제는 블루투스 스피커, 로봇 강아지, 드론 등이 춘제 선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0살 아들에게 줄 선물로 블루투스 스피커를 골랐다는 옌젠룽은 "아들이 요즘 음악에 푹 빠져있어 스마트폰에 연동해 쓸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선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껏 춘제 명절이면 당연히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이나 고향 친구들과 모임을 갖던 문화도 바뀌고 있다.

이제는 단체 채팅이나 동영상 등으로 춘제 인사를 대신하고,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베이징에 사는 왕샤오야는 "춘제 때 어머니와 조부모께 온라인 채팅으로 인사를 드리고, 연휴를 이용해 브라질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춘제 연휴 때 중국인 700만 명이 해외여행에 나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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