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인천 영종도의 한 새 아파트가 1급 발암물질 라돈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공인 검사기관에서 측정한 결과 라돈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문제의 대리석을 교체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공사는 자체검사 결과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며 교체는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조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7월 입주를 시작한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11월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기준치 이상 나온다며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해당구청과 건설사 관계자도 입회한 채 실시한 검사 결과, 4세대 중 2세대에서 기준치 200베크렐 이상의 라돈이 검출됐습니다.
<인터뷰> 아파트 입주민
" 라돈이 나오는 이유로 천연대리석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말 원인물질이 천연대리석이라면 교체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설사는 측정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대리석을 교체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가 고시한 실내공기질 공정시험기준에 따라 라돈 측정은 바닥에서 1.2m~1.5m, 벽에서 30cm이상 떨어진 장소에서 측정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또 시료 채취 이전에 30분 이상 환기하고, 5시간 밀폐 해야 하는 규정도 어겼다고 주장합니다.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직원이 검사에 입회하긴 했지만, 검사에 대해 동의한 바 없다"며 "측정방식도 미흡해 측정값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측정방식을 미심쩍어 하는 시공사의 태도에 검사를 진행했던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격분했습니다.
시공사의 주장이 어처구니가 없다며 시료채취 과정에서 촬영했던 사진까지 공개하며 괜한 트집잡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희규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기후변화과장
"건설사 입장에서 자기네들이 클레임을 걸려면 이것은 법적인 사항이 아니니까 우리는 해줄 의무가 없다고 나가야지, 우리를 붙들고 넘어지는 것은 어불성설인데요."
민간기업인 시공사가 공공기관과 대립각을 세우는 부담을 무릅쓰면서까지 검사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체적으로 라돈 검사를 실시한 결과, 라돈이 기준치 이상 초과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체검사는 제대로 했을까? 한국경제TV가 입수한 시공사의 라돈 측정 기록부입니다.
지난해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총 5세대를 샘플 조사했는데, 측정 결과 값은 53에서 116베크렐, 조사한 모든 세대의 측정값이 기준치 이내라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라돈을 측정한 위치입니다. 5세대 가운데 1곳만 최저층인 1층이고 나머지 4곳은 2층과 3층을 대상으로 검사했습니다.
환경부가 고시한 실내공기질 공정시험기준 상 라돈 측정을 "최저층"에서 하라는 시료채취 조건을 위반한 것입니다.
<녹취> 서수연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최저층을 대상으로 하도록 되어 있는 기준을 맞추진 않은거죠. 아마도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을 수도 있어요"
지난주 한국경제TV가 "이 건설사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라돈 대리석을 시공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을때, 건설사 측은 자체검사 결과를 제시하며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사례는 이런 해명과 정면 배치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조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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