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한국 근현대사를 보는듯한 장면들을 똑같이 겪은 나라가 베트남입니다.
시장 경제를 허용한 사회주의 체제라는 점에선 한국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깊은 관심을 보이는 곳이기도 하죠.
김정은은 왜 베트남 경제 개발에 관심을 보일까요? 정말 베트남처럼 삼성전자 공장이 북한에 들어설 수 있을까요?
베트남은 호치민 주석이 등장하기까지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프랑스 식민지배와 일본의 점령, 중국, 미국의 간섭으로 긴 전쟁에 시달렸던 나라입니다.
한국이 남북으로 나뉘었듯 1964년부터 1973년까지 10년간 고통스런 내전도 겪었습니다.
통일 이후 경제 개발에 공을 들여왔지만 오랜 전쟁과 국제적인 제재로 베트남 경제는 망가지고 맙니다.
이런 베트남을 바꾼 건 1986년 '도이머이' 이른바 쇄신 정책입니다.
베트남 정부가 갖고 있던 토지를 가족 단위로 빌려줘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사실상 시장 경제를 허용한 겁니다.
또 정부가 재산과 경영을 도맡던 국영기업만으로 제조업을 키우기 어렵다고 보고, 외국 자본에 대해 세율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파격적 혜택을 도입합니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한때 적대국이던 미국과 손을 잡은 겁니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베트남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1994년엔 국제 제재에서도 풀어줍니다.
덕분에 베트남은 공장을 지으면 원자재 수입비용도 아끼고, 미국 수출할 때 관세를 3%로 낮출 수 있는 최적의 수출 기지로 떠오릅니다.
한국은 포스코, 태광실업을 시작으로 삼성전자가 베트남 박닌성에 스마트폰 공장을 지었고, LG디스플레이, 롯데은 물론 대만 폭스콘, 일본의 제조·유통기업도 베트남에 뛰었습니다.
덕분에 베트남은 매년 20~30조 원 규모의 해외 자본을 유치해 연 평균 6%씩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신흥국이 됐습니다.
지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빈 손으로 돌아갔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사회주의 체제에 성공적으로 시장 경제를 도입한 베트남을 배우고 싶어합니다.
북한도 90년대부터 중국, 한국과 손잡고 신의주, 개성, 금강산 개발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죠.
장마당이라고 하는 민간 시장에 의존해 성장하던 경제도 미국 제재 이후로 최악의 침체에 빠졌습니다.
이제 북한 김정은에게 남은 돌파구는 90년대 베트남처럼 무기를 내려놓고 미국의 손을 잡는 겁니다. 그것도 협상판을 뒤흔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말이죠.
하지만 상황은 어렵게 꼬여만 갑니다.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을 빠른 속도로 복구하고 이에 대한 미국 백악관발 경고음도 커지는 상황이죠.
왕복 120여시간을 마다않고 베트남에서 희망을 보려던 김정은, 과연 전 세계의 우려를 딛고 경제 발전의 바람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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