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은 이쪽 방"…같은 값 받고 푸대접한 호주 호텔 '도마 위'

입력 2019-03-0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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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호텔 그룹인 아코르(Accor) 계열의 한 호주 호텔이 같은 값을 받고도 원주민 투숙객들에게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더러운 특정 객실을 제공해 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호주 공영 ABC 방송은 8일 중부 소도시 앨리스 스프링스의 `이비스(ibis) 스타일스 앨리스 스프링스 오아시스 호텔`(이하 오아시스 호텔) 측이 원주민 투숙객들에게는 상태가 좋지 않은 특정 방으로 안내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방송에 따르면 오아시스 호텔 측은 지난해 6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6개의 특정 객실에는 병원용 침대 시트를 넣고 원주민들을 배정하도록 했다.
익명의 제보자는 그런 지침에 따라 수백건의 실제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는 거의 기준이었다"라고 말했다.
원주민들로서는 다른 투숙객들과 동일한 숙박료를 지불했음에도 푸대접을 받은 셈이다.
실제로 방 2개를 예약하고 각각 원주민과 비원주민 그룹으로 호텔을 찾았을 때 원주민 그룹에게는 호텔 측 지침대로 원주민에게 배정하도록 한 6개 방 중 하나로 안내됐다.
원주민 투숙객이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갔을 때 바닥은 더러웠고 침대 시트는 얼룩이 묻어 있었다. 방안에서는 퀴퀴한 냄새도 났다.
욕실 바닥에는 먹다 남은 음식은 물론 여성의 스커트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고, 수건도 깨끗하지 않았다.
이밖에 유리창과 벽은 더러웠고, 테라스에는 깨진 유리와 쓰레기가 그대로 있었다.
비원주민에게 배정된 방에서는 이런 문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두 그룹은 각각 129 호주달러(10만 원)의 동일한 요금을 냈다.
오아시스 호텔 측은 방송에 원주민들을 특정 방에 배정하도록 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나 원주민 고객들을 특정 공간에 배정하는 관행은 호주 북부준주(NT) 전역의 숙박업소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그런데도 이같은 차별과 관련해 원주민 개개인으로서는 공식적으로 항의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처지다. 설사 보상을 받더라도 액수는 미미한 반면 이의제기 절차는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호주 연방의 원주민문제 담당 장관인 나이절 스컬리언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며 이번 사안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아코르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매우 슬프고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고, 사실 확인에 들어가는 동시에 현지 호텔 직원들에게는 교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계 글로벌 업체인 아코르는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수천개의 호텔을 소유하고 있으며, 호주 내 최대 호텔 운영업체이기도 하다.
앨리스 스프링스는 호주 한가운데에 있는 인구 약 3만명의 작은 도시로, 인구의 약 20%가 원주민이다. 또 호주 중부의 사막 지역에 산재하는 오지 원주민 마을들의 중심지로, 많은 원주민이 의료 문제 등으로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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