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포용금융 성과 ‘자화자찬’

박해린 기자

입력 2019-03-11 17:02  

    <앵커>

    정부가 오늘 장기 소액 연체자들에 대한 지원 성과를 발표했는데요.

    정부는 빚 탕감 정책으로 약 63만 명의 채무자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우려했던 도덕적 해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언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박해린 기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기자>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오랫동안 갚지 못한 사회취약계층의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정부.

    실제 지난 2017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62만7천 명의 채무자가 4조3천억 원의 빚을 탕감 받았습니다.

    출범 초기 35조 원에 달하는 빚을 일괄 소각해 준 것까지 합하면 40조 원에 이르는 수준입니다.

    금융당국은 연이은 정부의 빚 탕감 정책이 오랜 시간 추심의 고통을 받던 채무자들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선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친 만큼, 고의로 연체를 일으킨 사람은 없었다"고 일축했습니다.

    <인터뷰>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이미 상환능력을 상실해 채권자 입장에서도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빚을 정리하고 재기할 기회를 드린 것입니다. 더 이상 도덕적 해이로 오인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린 달랐습니다.

    빚 탕감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소액의 돈이라도 꼬박꼬박 갚아나가던 사람들이 상환을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단 겁니다.

    실제로 국민행복기금에서 채권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한 신용정보업체는 장기 소액 연체자 지원대책 발표 이후 회수율이 20% 가까이 줄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A 신용정보업체(음성변조)

    "(연체가) 9년이나 8년 된 분들도 '나도 기다기면 해주겠네'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죠. 연달아 나오니까 심각하죠. 작년엔 10년에 1천만 원이었으니, 내년엔 2천만 원으로 올라갈 수 있고 8년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

    <인터뷰> 채권추심업자(음성변조)

    "채무를 회피하는 방법에 눈을 뜨는 것 같아요. 부채는 남겨놓고 폐업해버리고. 부채 승계도 안되게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아요. "

    오는 8월부터 정부가 취약 계층이 아닌 일반 채무자에 대한 탕감까지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빚 탕감 정책'에 대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박해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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