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명운 걸어라"…지시한 문재인 대통령, 유착·은폐 악습 뿌리 뽑을까

입력 2019-03-18 21:22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비롯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및 고(故)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 및 엄정한 사법처리 검토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세 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두고 검찰과 경찰을 향해 "조직의 명운을 걸라"며 강도 높은 지시를 한 것 역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 사건들의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번 사건들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문재인정부 핵심철학이 실현되느냐가 달려있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세 사건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국민은 강한 의혹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며 "고의적인 부실수사와 조직적 비호, 은폐, 특혜 의혹 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소수 특권층이 권력과 유착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국민이 느끼는 상실감과 분노가 큰 만큼 `무관용` 원칙으로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나아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번 사건이 마무리된다면, 국민의 실망감이 자칫 현 정부에 대한 여론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국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차례로 보고받은 후 "과거에 벌어진 사건이라 해도 우리가 잘못 처리하면 우리 정부의 책임으로 귀착된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필두로 한 권력기관 개혁에 변함없이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일각에서는 버닝썬 측과 경찰 간부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고 경찰에 대한 불신이 강해지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도 자연스레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진실을 밝히고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신뢰받는 사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 및 엄정한 처리로 검·경 모두 해묵은 악습을 도려내야 한다는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동시에, 이는 경찰의 뼈를 깎는 쇄신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적 불신이 남은 상황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도 제대로 될 수 없으므로 이번 사태를 오히려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권 일각에서는 특권층 연루 의혹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 의지에 국민들이 호응한다면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논의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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