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머니로 ‘유럽 동맹’ 흔드는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유럽을 사로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해 프랑스와 중국 수교 55주년을 기념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고 있는 시 주석은 프랑스 에어버스 항공기 300대를 구매하겠다고 결정하는 등 총 45조 원에 이르는 통큰 선물 보따리를 프랑스에 안겼습니다.
에티오피아 항공 사고로 미국 보잉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중국이 프랑스 에어버스 구매를 대폭 늘리자 시장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습니다. 아무래도 보잉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그 동안 중국의 일대일로와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었던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의 선물을 받은 이후 유럽연합과 중국의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일대일로에 대한 간접투자를 뜻하는 '제3 시장 참여'에 긍정적 의견을 드러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EU의 상호 협력 전략과 일대일로의 연결 강화를 지지할 것"이라며 "다음 달 개최되는 '제2회 일대일로 협력 정상포럼'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중국 제조 2025'를 프랑스의 미래 산업 계획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참석 의사도 피력했습니다. 다만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의 이러한 태세 전환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을 모독하고 있다는 논평을 내놨는데요, 유럽을 향한 워싱턴의 관세 공격에 맞서 유럽 정상 지도자들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렇게 중국이 휘두르는 막대한 차이나머니는 미국과 유럽 사이를 흔들고 유럽 내 동맹도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현금보따리를 챙긴 데 이어 이제는 독일도 이런 추세에 합류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6일 파리로 건너와서 시진핑 주석,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회담을 가졌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다음 달로 예정된 중국-EU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모임으로 포장됐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유럽 공략에 대한 프랑스, 독일의 공동대응으로 진행됐다는 평가입니다. 앞서 일대일로에 부정적이었던 마크롱 대통령이 긍정적인 태세로 전환했다는 말 전해드렸는데요, 메르켈 독일 총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유럽은 일대일로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사업은 상호 개방적이고 호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변화된 태도를 드러냈습니다.
외신들은 시진핑 주석의 유럽 순방 외교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이 시진핑 주석을 포용했다"라고 보도했고, 블룸버그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을 그저 믿어 달라"며 강하게 어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마 엄청난 돈 보따리를 들고 찾아간 시진핑 주석을 유럽 정상들도 외면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단기적으로 수익성 좋은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중국 경제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인 건데요, 실제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부채를 떠안게 된 만큼 대중 관계의 양과 음을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국경제TV 전세원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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