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등에게 뇌물과 성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구속됐다.
2013년 3월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지 6년 만이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신병확보로 검찰 수사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김 전 차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주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망염려 등과 같은 구속 사유도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김 전 차관은 곧바로 수감됐다.
앞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지난 13일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 1억3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100차례가 넘는 성접대를 받고, 사업가 최모 씨에게 4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 중 1억원에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차관이 자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이모 씨의 폭로를 막으려고 2008년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상가보증금 1억원을 포기하도록 종용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때 윤씨가 1억원을 포기하는 대신 앞으로 있을 형사사건을 잘 봐달라고 부탁했기에 제3자 뇌물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이 김 전 차관의 구속 여부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는데, 법원이 검찰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김 전 차관 측은 구속심사에서 공소시효 때문에 검찰이 제3자 뇌물죄를 무리하게 구성한 것이며, 법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법조계에선 김 전 차관이 끝까지 `모르쇠` 또는 혐의를 부인하는 전략을 유지한 것이 패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조사 내내 "윤중천을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하다가 구속심사에선 "윤중천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뇌물수수·성접대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스폰서 역할을 한 사업가 최씨에게 차명 휴대전화와 용돈·생활비 등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선 `별건 수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지난 3월 22일 해외 출국을 시도하다가 긴급출국 금지를 당한 점을 들며 도주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 측이 과거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이씨와 스폰서 역할을 한 사업가 최씨 등에게 접근해 입단속·회유를 한 정황 등을 토대로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펼쳤다. 김 전 차관 부인은 2017년 말 검찰과거사위원회가 발족해 김 전 차관 사건을 조사 대상 후보로 논의하자 이씨에게 접근해 이씨가 연루된 민사소송이 잘 처리되도록 돕겠다며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구속영장에 범죄 혐의로 적시하지 않은 성범죄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검찰과거사위가 수사 의뢰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2013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 내용을 정리해 이달 안으로 수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번주 중으로 윤씨 조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 초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이 구속되면서 2013·2014년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윤씨의 특수강간 혐의를 두 차례 모두 무혐의 처분했으며 뇌물수수 의혹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 꾸려진 수사단은 김 전 차관과의 골프 약속 등을 적어 놓은 윤씨 수첩과 통화·문자 내역 등 2013년 수사 과정에서 검·경이 확보했던 기록을 토대로 뇌물 의혹 수사를 벌였다. 현재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은 6년 전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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