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향을 간직한 전통주를 만들다, (주)좋은술

입력 2019-05-26 16:18  

최근 들어 전통주가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애주가와 여성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잊혀졌던 전통주 레시피를 되살리고 개성 강한 맛을 추구하려는 양조장들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이다.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 방식의 오양주를 생산하는 ‘좋은술’의 이예령 대표 역시 이런 노력에 동참하고 있는 이들 중 하나이다.
전업주부였던 이 대표가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양조장을 짓게 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사람들에게 좋은 술의 존재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지인들과 의기투합, 남편의 퇴직금을 밑천 삼아 사업을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전통주 제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윤도 크지 않다 보니 창업 멤버 몇 명이 빠져 나갔고 지금은 가족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선조들의 멋과 맛이 담긴 전통주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이 대표는 꾸준히 연구를 이어갔고 결국은 전통주의 꽃이라 불리는 오양주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좋은술에서 만들어낸 전통 오양주, ‘천비향’은 2014년 ‘아시아 와인트로피 위대한 전통주’에 선정됐으며, 2016년 청와대 만찬주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천비향’은 애주가들 사이에서 명주로 알려지게 된다.


좋은술에는 이 대표의 남편인 김승우 씨가 부사장으로, 딸 김담희 씨가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은행 지점장 출신인 김 부사장은 그를 두고 “말 그대로 술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특히 다양한 꽃을 이용해 향을 낸 전통주가 지금 이 대표의 최대 관심사이다. 어머니인 이 대표가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반면, 딸인 김담희 팀장은 전통을 지키면서도 젊은 여성들의 막걸리 수요 증가에 맞춰가기 위해 신세대의 입맛을 공략한 술을 추구하고 있다. 김 팀장은 “예전에는 평범한 아줌마에 불과했던 엄마가 전통주를 빚으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이제는 나의 롤 모델이 되었다”라며 이 대표의 열정에 감탄을 보냈다.
이 대표의 양조장에서는 다양한 실험이 이뤄진다. 보통 하나의 단양주가 완성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가 걸리는데 숙성 기간을 한달, 1년 단위로 변화시켜 어떤 맛이 나올지 시험하는 것이다. 그는 술에게 항상 “맛있어져라, 감사하다, 예뻐져라”라는 말을 건네며 정성을 담으려 노력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술을 담그지 않으며, 아침 일찍 서두르기보다는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즐거운 기분으로 술을 빚어야 제 맛이 난다는 게 이 대표의 이야기다.
대략 6개월 이상 되는 숙성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 그 횟수에 따라 삼양주, 오양주가 만들어진다. 시간과 노동력이 몇 배로 들어가지만 그만큼 향이 달라지고 훨씬 부드러운 맛을 갖게 된다고 한다. 숙성 기간도 중요해서 빚은 지 한 달 이내의 술에는 거친 맛이 나고 100일 이상 숙성한 후에야 안정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좋은술에서는 일주일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술을 빚기 때문에 사실상 이 대표는 매일을 양조장에 매달려 있다. 지인들은 량누룩을 넣고 발효 기간도 줄이면 짧은 시간 안에 술이 나올 수 있고 맛도 충분하다며 왜 그런 수고를 하는지 의아해한다. 하지만 이 대표가 본인의 방식을 고집하는 데에는 술에는 정성과 열정이 담겨 있어야 하며, 술에 말 그대로 푹 빠지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는 신념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단양주나 막걸리는 단시일 내 제조가 가능하지만 좋은술에서 만든 오양주는 마치 와인처럼 장기간에 걸친 저온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런 정성이 부드럽고 목넘김 좋은 풍미의 술을 만든다.


좋은술을 시작한 지 2년여 동안은 제대로 된 노하우와 판로가 없어 몇 번이나 사업을 접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그러나 ‘천비향’이 사랑받는 술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학업을 중단하고 엄마를 지원한 두 딸의 도움에 용기를 얻어 꿋꿋하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좋은술에서는 기계가 아닌 수작업으로 채주를 하는데, 이는 손맛을 살리고자 함이다. 기계로 하면 찌꺼기가 낄 수 있어 위생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이 대표는 술을 담그는 과정도 회사 운영과 마찬가지여서, 잘 됐을 때 칭찬하고 수고하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을수록 좋아진다고 언급했다.
그는 “쌀과 누룩, 물이라는 세 가지 재료만 넣었는데도 향과 단맛을 내는 술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이유도 이 좋은 술을 세계 만방에 알리고 싶은 데 있다고 한다. 다만 좋은술이 세계 무대에 우뚝 설 때까지 이 대표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아갈 생각이다.
우리 술이라는 문화유산을 공유하기 위해 좋은술에서는 매주 두 번 전통주 수업을 갖는다. 이 대표는 “더 많은 지식을 갖추면 알려드릴 것도 많아 오늘도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며 “재료와 방식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마음과 정성이 없으면 술의 생명은 없어진다”고 강조한다.

전통주 명인들이 만든 술과 우리술 품평회 대상 술들이 전시된 전통주 갤러리 ‘천년의 향’에도 천비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갤러리의 남선희 관장은 이 대표를 두고 “천비향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맛있게 빚으려는 마음과 자부심이 술에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경영컨설팅사업부 김기령 본부장은 좋은술에 대해 “농업회사법인으로 설립했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많이 보고 있지만 정부에서 지원되는 기술사업화 자금 등의 정책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법인의 제도 정비와 기업의 재무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좋은술에서 가지고 있는 특허 기술과 상표권, 산업재산권 등 특허 경영 컨설팅을 통해 술과 술 문화를 아우르는 최고의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좋은술 이예령 대표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내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중간에 그만두거나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사람이라면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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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경영지원본부 이사 이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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