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민생입법에 줄줄이 `빨간불`이 켜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 원내지도부 교체 직후인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위한 모멘텀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한껏 높았다.
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막혔던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지난 20일 `호프타임`을 갖는 등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내 교섭단체인 여야 3당은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의 수차례 회동에도 이견만 확인했다. 26일 현재 확인된 유일한 공감대는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사과와 철회를 요구하는 반면,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어 국회 정상화 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놓였다.
민주당은 당초 여야 합의로 5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27일께 정부로부터 추경에 대한 시정연설을 듣고 심사에 착수해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추경을 처리하는 시간표를 그려왔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 협상에 진전이 없어 5월 마지막 주에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회법상 짝수 달에는 자동으로 임시국회를 열게 돼 있어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지 못해도 다음 달 1일에는 6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그러나 여야가 구체적인 일정과 법안 처리 문제를 신속히 합의하지 못하면 6월 임시국회 역시 당분간 `개점휴업`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대한 야당과 견해차를 좁혀 6월 임시국회에서는 추경 심사에 착수해 처리까지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추경 심사가 급하다면 여당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결자해지부터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예결위원 임기를 당분간 연장하는 문제 등도 차후의 일로 보고 있다.
여야가 진통 끝에 추경 심사 일정을 확정한다 해도 심사 과정에서 이견이 노출돼 처리가 더 늦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6조7천억원 규모의 재난 대응·경기 대응 추경안 전체를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이 중 재난 대응 예산 2조2천억원만 따로 떼어 내 `분리 추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32일째 국회에 잠들어있는 추경안이 처리되려면 결국 국회 정상화와 직결된 제반 여건에 대한 합의, 추경 심사 방향 접점 도출 등 수많은 고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 제출된 후 본회의 통과까지 45일이 걸린 2017·2018년 추경안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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