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진출한 이후 19년 만에 최고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칸 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것도 2010년 이창동 감독 `시`(각본상) 이후 9년 만이다.
영화계는 이번 수상으로 봉준호 감독이 세계적인 거장 감독으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영화는 그동안 칸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작을 냈다. 2002년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007년 `밀양`(이창동 감독)의 배우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고 2009년 `박쥐`(박찬욱)는 심사위원상, 2010년 `시`(이창동)는 각본상을 각각 받았다.
그러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나오지 않아 수상 갈증은 계속됐다.
올해는 봉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공개된 이후 호평이 쏟아지면서 여느 해보다 수상 기대감이 높았다. 작품성 자체도 뛰어난 데다, 칸 영화제가 좋아하는 가족영화이기 때문이다. ` 기생충`은 환경이 다른 두 가족을 통해 빈부격차 문제 등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풍성한 아이디어가 만들어내는 디테일, 각본의 완성도, 흥미로운 캐릭터 구축 등 봉 감독의 장기가 더욱 정교하게 발휘됐다"면서 "봉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영화 경력의 정점에 있고 앞으로도 걸작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평했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9명 중 8명이 감독인 점도 수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계 관계자는 "감독들이 깊이 있는 영화 읽기를 통해 봉 감독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생충`에 대해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평한 뒤 "우리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 감독이 누구이고 어느 나라 영화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세계 거장 감독 대열에 오르게 됐다. 켄 로치, 마이클 무어, 라스 폰 트리에, 쿠엔틴 타란티노, 로랑 캉테 등이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자들이다.
한국영화 위상 역시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 상상 못 했습니다. 지금 마치 판타지 영화 같아요."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25일(현지시간)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상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상기된 모습의 봉 감독은 수상을 예상했는지를 묻자 "아뇨"라고 답한 뒤 "차례대로 발표하니 허들을 넘는 느낌이었다. 뒤로 갈수록 마음은 흥분되는데 현실감은 점점 없어졌다. 나중엔 송강호 선배와 `뭐야 우리만 남은 건가? 했다. 이상했다"고 그 순간을 돌아봤다.
그는 "이번은 축구나 월드컵에서 벌어지는 현상 같아서 약간 쑥스럽고 너무 기쁘다"며 "특히 기쁨의 순간을 지난 17년간 같이 작업했던 송강호 선배와 함께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지금 정신이 (없다) 수습과 정리가 안 됐다. 조용히 술 한잔해야 할 것 같다. 초현실적으로 머리가 멍한 상태다"며 "평소엔 사실적인 영화를 찍으려 했는데 지금은 판타지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다"고 웃었다.
그는 시상식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고국에 돌아가서 돌팔매는 맞지 않겠구나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봉준호와 함께 나타난 송강호는 "낮 12시 41분에 연락을 받았다"며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연락해준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40분 동안 피를 말렸다"고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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