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상장에 실패한 홈플러스가 묶인 돈이나 다름없는 임차보증금까지 빼내고 있습니다.
부채를 상환해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인데, 일각에서는 매각에 유리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방서후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홈플러스의 리츠 설립이 무산되면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출구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리츠 상장을 통해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조달한 차입금을 상환할 요량이었지만, 상장 철회로 원금 상환은 커녕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준 다른 금융기관들의 자금 회수도 불투명해진 겁니다.
결국 홈플러스가 선택한 방법은 임차보증금 유동화.
쉽게 말해 홈플러스가 매장을 빌릴 때 임대인인 건물주에게 맡기는 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현금을 확보하는 구조인데,
확보한 현금으로는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 비율을 낮춰 매각에 유리한 상태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임차보증금은 재무제표에 고정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ABS를 발행한 만큼의 고정자산이 사라지고 보유한 현금으로 부채를 상환하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우선 임대 매장 59곳 중 17곳의 보증금을 기초자산으로 약 1,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할 경우 지난해 2월 기준 70%를 웃돌던 부채 비율은 65%대로 낮아지게 됩니다.
다만 임차보증금을 기초자산으로 ABS를 발행하는 것이 드문 사례인 만큼 딜에 참여하는 당사자들 간 잡음도 예상됩니다.
ABS의 만기가 지나면 홈플러스가 재매입하기로 약정이 돼 있는데, 국고채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방식을 놓고 이견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MBK측은 임차보증금 유동화 계획에 대해 "임차보증금 유동화 금리가 3.8% 수준으로 4%가 넘는 기존 차입금 금리보다 낮다"며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한 조치로 봐 달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