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체제인사 "美-中 무역전쟁, 중국 개혁할 기회"

입력 2019-06-02 17:56  

30년 전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반체제 인사가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중국을 개혁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톈안먼 시위 당시 학생 지도부 21명 가운데 하나였던 왕단(王丹)은 1일(현지시간) `내가 톈안먼 시위를 이끌면서 배운 것`이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미중 무역 전쟁이 전개되면서 중국의 정치 개혁 문제를 협상의 일부로 다룰 매우 좋은 기회가 보인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 미국이 중국에 가장 호혜적인 무역 파트너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인권 문제와 결부시켰을 때 중국 정부는 압박에 굴복해 정치적 통제를 완화하고 나를 포함한 다른 몇몇 반체제 인사들을 석방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지만 무역과 인권 문제 사이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자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했다"면서 반체제 인사들을 투옥하고 해외 유학생들의 정치적 시각을 감시·검열하는 중국 정부의 현 실태를 꼬집었다.
왕단은 또 변덕스럽긴 하지만 중국 정부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가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무역 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일반 시민을 사찰하거나 통제하는 데 첨단 기술을 쓰는 행태를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중국 지도부에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왕단은 1989년 톈안먼 시위를 이끈 학생 지도부 핵심인사로 중국 정부의 `수배명단 1호`였다. 당시 베이징대 학생이던 그는 반혁명선동죄 등으로 두 차례에 걸쳐 7년간 복역했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석방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7년 미국으로 완전히 이주하고선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 활동을 해왔다.

왕단은 30년 전 톈안먼 시위 당시 중국 정부가 무력으로 이를 진압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시위대가 순진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톈안먼 시위는 민주적 변화를 추동하는 데 필요한 지원과 경험이 부족해 실패했다"면서 특히 공산당 지도부 내 자유주의적 개혁 집단이 당시 체제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으나 지나친 기대였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시위대가 공산당 지도부의 힘을 과소평가했으며 톈안먼 시위의 유혈진압으로 그러한 환상은 산산조각이 났고 더불어 중국 일당 체제의 야만성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톈안먼 시위 이후 무역·투자가 민주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로 중국에 `포용 정책`을 편 서방권도 순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짚었다.

서방의 자본이 소수 공산당 지도부의 주머니만 불려주고 정권 연장 및 국제적 영향력 확대의 기회만 제공했을 뿐 중국을 자유화하는 데는 결국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그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계기로 중국의 실상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 민주주의 의식이 고양됐다는 점, 서방이 결국 중국 `전체주의 정권`의 위험성을 인식했다는 점 등에서 성과는 있었다고 평가했다.

왕단은 이어 "현재 중국의 젊은 세대는 공산당에 헛된 희망을 품었던 우리 세대와는 달리 더 냉소적이고 현실적"이라며 "일단 기회가 오면 그들은 30년 전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봉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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