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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림프식 게임 이론’으로 풀어보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전망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9-07-01 09:37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후 2년 동안 우리 경제로 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가전제품과 태양광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혹은 폐기, 안보와 연계된 철강 제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방침 천명, 상호 호혜세 부과방침 발표 등이 그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의 총체적인 기조는 ‘미국의 재건’이다. 직전 버락 오바마 정부의 태생적 한계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크게 손상된 국제 위상과 주도권의 반작용에서 나온 경제정책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이익과 미국 국익 간 상충될 때에는 후자를 중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보호주의 색채로 본다면 ‘역대 최고’로 평가된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은 1930년대 대공황을 야기시킨 허버트 후버 대통령 시절(스무트-홀리법 탄생)’에 비유될 만큼 ‘극단적 보호주의’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대외통상정책에 있어서는 이전 정부와 구별되는 네 가지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첫째, 미국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으면서 부담과 책임만 지는 국제규범과 협상에 대한 우선순위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의사, 파리 신기후 협약 불참 통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혹은 폐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국가별로는 무역적자 확대 여부에 따라 이원적 전략(two track)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국 흑자국에게 성장과 고용을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이 때문에 무역적자 확대국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문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부터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이 심상치 않다. 무역, 통상, 지적재산권, 환율 등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등 경제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세계 경제 양대 축인 두 국가 간 마찰은 그 파장이 의외로 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셋째, 목적을 도달하기 이해서는 모든 통상수단을 동원하는 것도 종전과 다른 점이다.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등 WTO 규범에서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수단 뿐만 아니라 자국법에 근거한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심지어는 새로운 상호 호혜세를 부관한다든가 미국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으로 발동할 수 있는 슈퍼 301조까지 동원한 태세다.
넷째, 통상정책을 다른 목적과 결부시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미국 통상법 232조에 근거해 통상을 안보와 연계시킨다든가, 대북한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국에 대해 집중적으로 통상압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 등 해당 국가가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쉽게 대처하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주요 교역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이 먹힐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도의 협상 전략가다. 성공한 욕심 많은 기업인 출신답게 참가자 모두가 이익을 취하는 ‘샤프리-로스식 공생적 게임(non zero-sum game)’보다 참가자별 이해득실이 분명히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쉬식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을 즐긴다.
트럼프 입장에서 중국, 한국 등을 대상으로 한 ‘통상압력’ 카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중국은 진퇴양난 여건이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에 반발한다면 수출이 둔화되면서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대로 수용한다면 시진핑 정부의 ’팍스 시니카‘ 구상은 물 건너 갈 수 있다.
한국은 중국보다 더 어려운 처지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에 반발한다면 수출이 둔화되면서 ‘구조적 장기 침체론(’L’자형 장기 침체, 일본식 잃어버린 10년 혹은 중진국 함정’이 급부상하고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가는데 난항이 예상된다. 반대로 수용한다면 중국과의 관계 등에 어려운 국면(샌드위치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력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이후 2년 동안 미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극단주의 보호주의’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오히려 확대됐다. 작년 11월에 치러졌던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패배하는 데에는 이 요인이 컸다.
미국 경제는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재정적자까지 확대되는 ‘쌍둥이 적자’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출범 초부터 대폭적인 감세와 뉴딜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재정적자가 확대돼 왔다. 교역국을 상대로 무역적자마저 줄여놓지 않으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여부에 최대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못지않게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종전과 다른 트럼프 정부의 네 가지 통상정책 특징과 기준에 전부 걸리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국제교역상의 상호주의 원칙을 근거로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중국의 우회기지로 한국을 활용하고 있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트럼프 정부의 네 가지 통상정책의 특징에서 보듯이 규범과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힘들다.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처리기구(DSB)에 제소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확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확정된다 하더라도 트럼프 정부가 따르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이 때문에 우리 스스로 트럼프 정부와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근본원인부터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트럼프 정부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은 궁극적으로 중국을 지향하는 만큼 우리의 대외정책이나 남북 관계 등을 풀어갈 때 미국과 중국 간 중간자로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응방식도 미국의 통상정책 기조변화에 맞춰 ‘옴니버스 방식’으로 바꾸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통상정책을 남북 관계 등의 다른 정책과 분리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트럼프 정부가 다른 목적과 연관시켜 통상정책을 추진하는 움직임과 맞지 않아 의외로 효과가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통상관련 콘트롤 타워를 강화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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