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가고 국내 투자는 줄줄이 무산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가 대기업 '감세'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대규모 세제 혜택을 줘서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건데, 이정도로 글로벌 투자전쟁에서 한국을 선택할 지는 의문입니다.
김민수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5월 준공한 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 테네시주는 LG전자를 유치하기 위해 공장부지를 20년 간 무료로 빌려줬습니다.
도로나 인프라도 주정부가 직접 깔아줬고, 법인세까지 감면해줬습니다.
<현장음> 빌 리 미국 테니시주 주지사
"엄청난 투자와 테네시 주민들이 수많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냈습니다. 그걸 축하하러 오늘 모였습니다. LG가 헌신한 결과로 얻은 위대한 결실입니다."
최근 국내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는 베트남은 첫 4년 동안은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대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제조업의 경우는 지난해 1분기보다 140%나 늘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로 줄지어 떠나자,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대기업 감세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확대하고, 적용대상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약 1조1천억원 가량의 감세 효과가 기대됩니다.
또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을 초기에 크게 해 비용처리를 늘릴 수 있는 가속상각제도 역시 올해 말에서 내년 6월까지 일몰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이번 정책은 출범 이후 줄곧 대기업 증세를 외쳤던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감세'로 정책 기조를 선회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세제 혜택만으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과도한 규제와 늘어나는 인건비 속에 특유의 반기업 정서까지 맞물리면서, 글로벌 투자전쟁에서 한국을 선택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
"기본적으로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국내에 만들어야 밖으로 나가는 해외투자를 잡을 수 있고, 나아가서는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와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게 중요하다."
해외 각국이 과감한 인센티브로 우리 기업들의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 우리 경제의 위기감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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