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해외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던 국내 기관들이 최근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입찰을 받기 위해 가격을 높게 써 냈다가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시장 상황에 뒤늦게 투자를 철회하고 있다는 건데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방서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리플렉터' 빌딩.
에어비앤비와 윅스(WiX) 등의 기업들이 주요 임차인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이들로부터 연간 92억원의 임대료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 만큼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 역시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비싼 가격을 적어낸 상위 3개 입찰자가 모두 한국 금융기관일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높은 가격으로 입찰한 JR투자운용과 그 다음 높은 가격을 써낸 하나금융투자까지 최근 돌연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글로벌 호구'라고 불릴 만큼 높은 가격을 제시한 나머지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발을 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앉은 자리에서 2% 가까운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던 유로화 헤지 프리미엄이 예전만 못한데다, 우량 물건이 아닌데도 인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몸값을 올린 기관들의 자충수가 빚은 결과입니다.
무턱대고 투자를 결정했다 포기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민연금 역시 현장 실사까지 추진했던 다국적 보험회사 취리히보험의 호주 본사 사옥 투자를 진행하기 않기로 했습니다.
물론 국민연금의 경우 다른 기관에 재매각해 수수료를 챙기는 목적이 아닌 직접 자기자본을 넣어 투자를 하는 만큼,
최근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호주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 2017년 이후 호주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 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모한 투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부동산 투자 내역 점검에 나선 것도 투자 심리를 꺾은 것으로 보입니다.
딜의 규모와 수수료, 셀다운 여부 등 투자에 관한 상세한 자료들을 전면 점검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굵직한 딜을 포기하는 금융기관이 더 나올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이에 대해 점검 대상이 된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과도하게 늘리지 않는 선에서 투자를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분기별로 신규 투자와 셀다운 시점이 상이해 익스포저의 편차가 큰 점에 대해서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경제TV 방서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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