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한지 나흘이 지난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이번 규제를 둘러싼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휴일저녁 갑작스럽게 일본으로 건너가는 등 시급한 상황이란 분위기가 감지되는데요.
삼성전자의 경우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달성 계획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신동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자칫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에도 큰 타격이 올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수출규제에 들어간 품목 3가지 중 2가지가 파운드리 핵심 소재이기때문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포토레지스트입니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을 인식해 반도체 회로선을 그리는 역할을 하는 소재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핵심인 EUV(극자외선 노광장치)의 필수소재로 꼽힙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 소재는 거의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대체할 수입처를 찾지 못하면 당장 EUV 가동을 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포토레지스트에 비해 일본 의존률은 낮지만 반도체 제조공정 중 중요한 공정인 에칭(식각) 공정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도 상황은 심각합니다.
업계에서는 두 소재의 재고를 많아야 한 달에서 두달치 가량 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규제 조치에 따라 3개 품목의 경우 최대 90일까지 수출이 지연될 수 있어 당장 수입을 신청해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는 9월 EUV 전용라인을 완공하고 내년 1월부터 7나노 공정에서 칩을 양산할 계획을 세웠던 삼성전자는 계획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터뷰> 박재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학회장
"EUV에 (AP 등) 로직 디바이스 들어가는데, 수급이 안되면 삼성에 영향이 간다. 일본에서 100% 들어온다. 납기가 늦어지면 삼성의 신뢰도에도 문제간다. 재고를 다썼다하면 삼성의 파운드리 비즈니스에 문제가 생긴다"
이 부회장이 7일 오후 급하게 일본으로 간 것도 반도체 소재 수급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이 부회장은 일본 재계 인맥을 통해 현지 원로와 기업인 등을 만나 최근 상황에 대해 두루 의견을 나누면서 조언도 들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일본정부가 3대 핵심소재 수출 규제를 발표한지 1주 일만에 한국 측 대응에 변화가 없을 경우 추가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두 나라간 갈등은 오히려 깊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동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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