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역 도발 배경은…아베, 저성장 부양책 한계왔다 [김학주의 마켓 투자 키워드]

입력 2019-07-19 09:08   수정 2019-07-19 10:50

    <앵커> 미-중 무역갈등은 잠잠해진 사이 일본의 도발이 한국 증시와 경제에 새로운 방해요인으로 등장했습니다. 생각보다는 심각한 상황 아닙니까?

    <김학주 한동대 교수> 아베 정권의 반한 감정이었다면 오래가지는 않을 것. 그러나 그 뒤에 전략적인 계산이 숨어 있어 한국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음. 아베는 일본 내에서 아베노믹스를 통해 일본기업들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혁신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 굳이 반한 감정을 자극하여 극우세력을 결집할 필요는 없음.
    일본의 고민은 미국의 자동차 수입 관세. 일본경제가 현재 자동차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치명타를 맞을 수 있음. 결국 이를 피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를 삼성전자가 지불하게 하려는 의도 아닌가 의심.
    반도체 소재나 장비의 경우 독과점적인 것이 여럿 있고, 그 가운데 일본이 주도하는 분야도 있음. 예를 들어 이번에 제재 품목에 있던 감광액(포토 레지스트)가 공급되지 않으면 차세대 노광장비(EUV)를 쓰기 어려워 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준비하는 비메모리 분야에 차질. 또 OLED 소재도 일본이 독점하는 부분. 삼성전자를 힘들게 하면 당장 미국의 마이크론이 반사이익을 받고, 또 미국의 비메모리 업체들이 미래의 경쟁자를 제거할 수 있게 됨.
    이런 생각이 "트럼프와 합의된 것인지, 아니면 아베가 알아서 기어보는 것인지" 불확실. 아니면 단순한 아베의 반한 감정일수도 있음. 그런데 세계경제가 저성장으로 돌입하며 먹이가 줄어드는 가운데 힘(핵심기술력)이 약한 나라로 피해가 넘어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

    <앵커> 유럽의 중심인 독일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세계 헤지펀드들이 독일자산에 대한 공매도를 늘리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데요. 비슷한 배경입니까?

    <김학주 한동대 교수> 지난 5월 독일의 제조업 주문은 전년 동기비 8.6% 감소. 세계 소비가 감소하면 투자부터 위축. 독일은 정밀기계 기술이 발달해 생산설비를 만드는 기계, 즉 자본재 수출이 많은데 이것부터 차질. 이렇게 휘청거리는 제조업체를 지원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도 고전.
    도이치은행은 투자금융 부문 종업원 2만명 가량 감원 계획. 이는 독일 전체 은행 종업원의 20%.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도 -0.4%로 사상최저 수준.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7월 25일 회동하여 기준금리 인하, 또는 채권매입 프로그램 재개를 논의. 세계 증시는 이런 움직임이 미국까지 이어지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반면 걱정스러운 것은 트럼프가 (정책효과가 소진된 가운데) 지지율 만회를 위해 통상마찰에 더욱 의존해야 한다는 것. 모두가 독일처럼 지쳐있는 가운데 제재를 받으면 도산하는 기업들이 도미노처럼 나타날 가능성.
    자본재 수요가 타격을 받았다면 그 다음 차례는 생산설비를 갖고 있는 나라. 사실 구경제 산업위주의 한국은 이미 경쟁력을 많이 잃었지만 이런 어두움이 그 동안 삼성전자의 화려함 속에 가려져 있었을 뿐. 반도체 가격이 꺾인 지금 민 낯이 드러남 (향후 반도체마저 도전을 받는다면…).
    그 동안 한국의 달러 박스는 반도체와 화학. 그런데 화학도 올해 말까지 북미 쉐일가스 기반의 에탄 크레커가 시장에 도래하면서 경쟁 심화. 여기에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나 통상압력을 감안할 때 원화가치 절하 불가피. 국내 투자자들의 자산의 일부를 딜러를 비롯한 해외자산으로 옮겨 놓는 것이 필요.

    <앵커> 올해 들어 액티브 펀드 운용을 주로 하고 있는 투자회사에도 헤지펀드들의 공매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도 증시에 부정적인 증거로 볼 수 있을까요?

    <김학주 한동대 교수> 템플턴 조차 공매도가 증가. 템플턴은 장기 가치투자를 지향. 그런데 오래 기다려봐도 수익률이 여전히 실망스럽다는 것, 즉 초과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움을 인정. 초과이익은 개별 산업의 성장 스토리 위주였는데 저성장 속에서 그런 테마들이 제한되다 보니 매크로에 의존하는 톱다운 전략에 관심. 그러나 정치적 갈등과 여러 정책 변화가 난무하는 가운데 이것도 사람들이 예측할 수 없게 되고, 나중에는 컴퓨터에게 시장의 스타일을 물어보는 로테이션 전략까지 등장했으나 이런 알고리즘 트레이딩 경쟁이 심해지자 여기서도 알파를 기대하기 어려워짐. 한편 유럽부터 새로운 규제 적용되어 향후 펀드매니저가 고객에게 받은 수수료를 리서치에 어떻게 사용했나를 공개해야 하는 까다로운 규제도 액티브 펀드 이탈을 부추김.
    그 결과 액티브 펀드의 운용자산(AUM)이 감소해서 패시브 인덱스로 넘어감. 여기서의 시사점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초과이익(alpha)에서 자산배분을 통한 장기적으로 의도된 수익율 (beta)로 옮긴다는 점, 2) 이런 현상이 증시에 불리할 수 있음. 왜냐하면 그 동안 증시를 끌어 올린 원동력인 쏠림 현상이 거꾸로 작용 (기술주, 바이오 등 테마주를 액티브 펀드가 매도호가 없이 끌어 올렸지만 이제는 환매와 함께 펀드 내 나머지 자산도 타격). 공모펀드 취약. 한편 알파(alpha)의 중독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PEF를 통해 레버리지를 활용.

    <앵커> 최근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퀀트 펀드들의 투자수익률이 저조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트레이딩을 포기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요?

    <김학주 한동대 교수> 지난해 미국의 컴퓨터 기반 퀀트펀드의 평균 투자수익률이 -5.6%. 거래비용을 감안하면 인덱스 수익률 하회(200bp정도). 수익률이 크게 훼손된 기간은 작년 2월, 10월, 12월 등 증시가 큰 조정을 보였을 때. 즉 주가가 하락할 때 빠져 나오기 위한 기계간 다툼이 벌어지고, 성능이 떨어지는 기계는 설계된 알고리듬이 작동하지 않는 것. 즉 주가가 오르는 기간은 길고, 이 시기에 알고리듬이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증시 침체기에 모든 수익을 반납할 수 있음.
    증시에서 인공지능의 문제점은 장기 예측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 자연과학에서 인공지능이 효과적인 이유는 과거의 사실이 미래에도 반복되는 패턴이 있기 때문. 그러나 투자자의 행동은 그렇지 않음. 따라서 많은 퀀트펀드들이 초단기 매매에 집중. 특히 (이런 전략은) 진입장벽이 낮고, 기계가 시세조종의 불법을 야기할 수도 있음. 그 결과 이 분야에서 명성을 날렸던 르네상스 테크놀러지도 과거의 패턴을 미래에 적용하는 알파전략을 정리하는 중.
    그 동안 증시의 탄력적 상승에 기여해 온 요인은 자사주 매입과 M&A 과정에서 나타난 주식의 수급 개선. 그리고 테마 및 컴퓨터 프로그램 트레이딩으로 인한 쏠림 현상이 거품을 더 키웠던 것. 시중 유동성은 추가되지만 이런 요인들이 소진되어 가며 주가 상승 탄력이 떨어질 것.

    한국경제TV  유통산업부  김홍우  PD

     kimhw@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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