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분야 보복의 명분도 없을뿐더러 설사 보복에 나선다 해도 그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만기 연장 거부 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장기화할 경우 원화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학계,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 분야에서의 일본의 보복이 날 확률이 현재로선 낮다고 보고 있다.
일단 단기적으로 눈에 띄는 일본 자금의 회수 동향도 없고, 특별한 변화도 없어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일본 자금의 회수에 관한 동향도 특별히 나타나지 않고 최근 한일 양국 간 계약이나 교류가 엎어진 사례도 특별히 없다"며 "한일 관계가 계속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금융 보복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금융 분야에서 보복할 명분이 딱히 없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일본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수출 규제의 근거인 `안전 보장상의 이유`를 금융 규제로 연결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명분과 맞지 않아 일본이 금융 보복에는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소재 대학 한국인 교수도 "지금으로서는 보복 조치가 금융 부문까지 확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 분야 보복 조치로는 롤오버(만기 연장) 중단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지평 위원은 "금융 보복에 나선다면 롤오버를 안 해주는 정도가 될 텐데 우리나라 시중은행에 대한 일본계 은행들의 여신이 그리 많지는 않다"며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처럼 일본계 은행이 롤오버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내 일본의 여신 235억 달러는 국내 은행이 흡수할 수 있는 정도"라고 부연했다.
일본 소재 대학 한인 교수는 "금융 분야까지 보복이 확산해도 단기 채권 규모가 보유 외환에 비해 많은 것은 아니라 단기적 혼란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정도의 위력은 없을 것"이라며 "일본 금융기관도 투자처가 필요하므로 금융제재가 있으면 그들에게도 피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 경색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대 강`의 대치가 오래갈수록 금융 분야로 불길이 옮겨붙을 수 있어서다.
니혼대 경제학부 권혁욱 교수는 "경상수지 적자와 지출이 늘어 원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생기면 한국에서 외국 자본이 이탈할 것이고, 그래서 더 원화가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시작할 때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 교수는 "펀더멘털에서 금융으로 불길이 옮겨붙으면 한국 경제에는 최악의 국면이 될 것"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금융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원화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 자금에 의한 직접적인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수 있지만, 외국 기관이나 투자자들이 일본에 동조할지가 관건"이라며 "다만 이런 상황은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평 위원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외환 수급에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인 차질을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며 "(금융 보복) 가능성이 작고, 무역의 경우에 `설마 하겠어` 하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서는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 한도) 등 비상시에 할 수 있는 대책을 글로벌 기관과 설정해두거나 우리나라가 통화 스와프를 맺은 나라들과의 관계를 점검하는 등 협조 방안을 미리미리 챙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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