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이달 초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단행한 이후 양국 간 아동·청소년 교류 행사가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한국 학교나 지방자치단체가 학생들을 일본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본의 한 고등학교는 학생들을 40여년간 한국에 보내온 수학여행을 안전이 걱정된다며 취소했다.
2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오모리(靑森)현 히라나이마치(平內町)의 사립 쇼후주쿠(松風塾)고등학교는 지난 23일 직원회의를 통해 오는 9월로 예정된 한국 수학여행의 취소를 결정했다.
이 학교는 한일 교류를 위해 1975년부터 대부분의 해에 학생들을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보냈고, 만돌린 연주 등을 통해 한국 고등학교 학생들과 교류해왔다.
학교 측은 한국 수학여행 취소 이유에 대해 "교류 상대인 한국 고등학교의 사정과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의 나리타 히로아키 교장은 통신에 "상당히 유감이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제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쪽에서도 학생들을 일본에 보내지로 않기로 하는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
NHK에 따르면 한국 울산시 동구는 이날부터 나흘 일정으로 예정됐던 초등학생들의 일본 오카야마(岡山)현 비젠(備前)시 방문을 취소했다.
울산 동구는 당초 초등학생 13명을 자매결연 관계인 비젠시로 보내 현지의 일반 가정에 묵도록 하는 교류를 할 계획이었다.
비젠시에 따르면 울산 동구는 25일 `예상 못 한 국가 간의 특별한 사정을 이유로 이번 방문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비젠시에 보냈다.
울산 동구는 이와 함께 이메일에 향후 교류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는 뜻도 전했다고 비젠시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경남 창원시도 자매도시인 히로시마(廣島)현 구레(吳)시에 다음 달 2일부터 1주일간 시내 고등학생 5명의 구레시 방문 계획을 취소한다고 알렸다.
창원시와 구레시는 지난 2006년부터 1년에 한 차례 씩 고등학생의 상호 방문 교류를 해왔다. 창원시 측은 구레시에 "한일 관계가 악화해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 올해 교류 사업을 중지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교도통신도 일본 니가타(新潟)시에서 27일부터 열리는 한중일 3국 고교생 교류 사업에 한국 측이 이날 불참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청주시는 `동아시아 문화도시 청소년 교류사업`이라는 이름의 이 행사에 고교생 10명을 보낼 계획이었지만, "한일 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류는 적절치 않다"며 불참의 뜻을 전했다.
주최 측인 니가타시는 자국 학생들과 중국 학생들로 예정된 행사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나카하라 야이치 니가타 시장은 "유감이다. (한일 관계 악화가) 지자체와 시민 차원의 교류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전날 안산의 청소년극단 `고등어`가 이달 말 일본에서 진행할 계획이던 일본 극단과의 교류 행사에 극단 소속 고등학생들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남 거제시는 청소년 20명을 자매결연 관계인 후쿠오카(福岡)현 야메시(市)에 보내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이밖에 강원 횡성군은 일본 돗토리현 야즈초(八頭町)에서 할 예정이던 어린이 방문 교류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고, 전남 나주시는 시 거주 중학생 10명을 일본 돗토리현 구라요시시(市)에 보내 홈스테이 체험을 시킬 계획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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