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과 바이오업계에서는 대부분 올 여름쯤 주가가 저점을 찍은 후 가을쯤(9월~10월) 신약개발과 해외 진출 모멘텀을 가지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라젠 사태이후 어느 여름보다 뜨거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 IR담당자들은 기관투자가들의 외면과 일반투자자들의 항의에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바이오기업 CEO들은 눈물 겨운 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알투바이오에서 최근 제약, 바이오업계 동향을 살펴 봤습니다.
▲ 기관·외국인 투자가들의 외면
삼성바이오로직스부터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 에이치엘비, 신라젠 사태가 터진 후 기관과 외국인 투자가들은 비중 축소에 여념이 없습니다.
물론 공매도 물량을 늘리는데 정신이 팔려있기는 합니다.
제약, 바이오 주가하락에 대한 기관 투자가들 반응은 `바이오 러브콜`을 부를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게 사실입니다.
일단 기업들을 만나도 기본적으로 회사에 대해 얘기를 듣고 경청을 하는 게 보통인데요.
요즘은 웬만해서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게 IR 담당자들의 설명입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저가 매수를 위해서도 자료를 살펴보고, 질의 응답도 하는 게 기본이지만, 아예 반응이 없는 형국입니다.
오히려 보유중인 제약, 바이오 투자 주식도 비중을 축소하는데 살 여력이 없는 상황인 것이죠.
재료, 호재도 당장 성과가 없는 것이면 기관투자가들이 매수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게 IR 담당자들의 공통적인 얘기입니다.
기관들의 회사 방문도, 미팅(횟수)도 올해 봄보다는 절반 가량 줄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입니다.
▲ 빗발치는 개인투자자들의 항의
기관·외국인 투자가들에 대한 대응 감소는 곧바로 일반투자자들에게 항의와 하소연의 증가로 늘어난 상황입니다.
개인투자자들도 미, 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 등으로 주식시장 급락하는 대세 흐름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라젠이 사고친 후 다른 바이오기업들도 주주들의 항의가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주가가 하락하거나 이슈가 발생하면 바이오기업들은 회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라젠의 여파로 싸잡아 비난을 받아야 하는 형국이 된 게 사실입니다.
사실, 기술력이나 연구개발 능력이 있는 바이오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을 품게 한 것이 문제입니다.
대부분 바이오기업들을 만나 보면 대규모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한 것처럼, 글로벌 임상시험을 끝낸 것처럼 어깨가 많이 올라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올해 기술수출에 성공한 사례는 유한양행과 GC녹십자, 브릿지바이오(비상장)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산라젠 사태 이후 제약, 바이오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나마 현금 창출능력이 있는 중견 제약사들 이상은 자사주 펀드를 결성하거나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 눈물 겨운 바이오기업 CEO 자사주 매입…신뢰 회복이 우선
하지만, 당장 현금 창출능력이 없는 바이오기업(의료기기업체)은 대표이사가 소량의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펩트론, 바이넥스, 삼일제약, 코미팜, 레고켐바이오, 신일제약 경영진과 오너들이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이번 주 들어서는 신라젠과 지노믹트리, 파멥신의 경영진들이 주식 매수에 나섰습니다.
어찌 보면, 주주들의 강력한 항의에 떠밀려서 사는 듯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악어의 눈물 같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투자자들을 위해 제대로 된 책임 경영과 윤리 의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경영진 일부가 주식 몇 주 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까요.
제대로 된 연구개발과 성과가 땅에 떨어진 바이오업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주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주주들에게 지금 필요한 게 진정 무엇인지 제약, 바이오 CEO은 생각해야 합니다.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에 매진하고, 마일스톤(단계별 성과급)으로 수익성을 갖춰 나가는 게 주주에게 더욱 큰 이익입니다.
다음 주는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 관련 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두 회사 모두 주가는 합병 가격 대비 급락한 상황이기에 기존 주주들의 청구권 행사 규모에 따라 `합병 성공이냐 결렬이냐`의 판가름이 또 한 번 바이오 판을 흔들 듯 합니다.
《알투바이오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기자의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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