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증권, DLS는 금리와 환율, 실물자산 등과 연계해 만기 수익률이 결정되는 고위험 상품을 말하는데요.
일부 시중은행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마구 판매해 피해 규모가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삼성그룹 임원으로 퇴직한 A씨는 지난 5월 평소 친분이 있던 한 시중은행 직원으로부터 영국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 즉 DLS상품을 권유 받았습니다.
DLS는 이자율과 환율, 실물자산 등과 연계해 만기 수익률이 결정되는 고위험 상품입니다.
은행 측은 이 같은 위험은 설명하지 않은 채 예적금 금리보다 많은 4%대 수익을 낼 수 있으면서 원금이 확실하게 보장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싶던 A씨는 30년 이상 거래해온 은행만 믿고 아내의 퇴직금까지 합쳐 총 4억7천만 원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은행 측의 설명과 달리 A씨는 가입 석 달 만에 원금 2억 원을 손해 봤습니다.
<인터뷰> A씨 / 전 삼성그룹 임원
“영국금리 연동이고 안전상품이고 걱정하지마라. (손해 발생 후에) 내가 손절매하고 싶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했는데 할 때마다 기다려라 손실 안 난다. 이제 와서 네가 알아서 해라.”
현재 A씨가 가입한 것과 같은 독일, 영국 금리 연계 DLS상품들이 해당국 금리가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서 대규모 손실 위험에 처했습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두 곳을 통해 8천억 원 이상 판매된 이 상품들은 당장 다음 달부터 만기가 차례로 돌아오는데 원금의 20%만 남은 상품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판매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해당 은행들은 대책반을 구성해 피해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사실상 손해를 복구해줄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조남희 / 금융소비자원 대표
“자신들은 아무런 판매행위에 문제가 없었다 주장하고 있는데요. 투자자 피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인식, 책임 의식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고. 투자자 피해는 지금의 금리 인하기에는 더 악화되거든요.”
키코(KIKO) 사태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비슷한 일이 되풀이된 만큼, 은행권의 영업 행태를 바꿀 강도 높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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