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韓정부 부채 증가속도 14.4%…세계 3위
-선진국 정부 부채비율 20~60%대…7년만에 100%대
-韓 가계 부채비율 세계 7번째로 높아…DSR도 최고
-韓 기업 부채비율 세계 16위…부채 지표 줄줄이 악화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세계 32위권 수준이지만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는 세계 세번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들의 부채는 세계 16번째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이자보상배율, 자본대비 부채 비율 등 관련 지표는 악화일로인 것으로 조사됐다.
2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국제결제은행(BIS)의 비금융부문 신용통계를 활용해 43개국을 대상으로 정부와 가계, 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에 대한 국제비교 조사를 벌인 결과 정부 부문의 경우,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지난해 38.9%로 43개국 중 32번째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국통화를 기준으로 정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는 지난 2000년~2018년 동안 우리나라는 연평균 14.4%를 기록하며 29.2%의 아르헨티나, 17.9%를 기록한 중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화 영향 연금·의료지출 증가 추정한 `잠재부채` 韓 세계 2위
세계적인 고령화 진전으로 정부의 연금·의료지출이 급증해 정부 부채 분석에서 미래 재정을 갉아먹는 고령화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커졌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IMF는 2015년부터 2050년까지 개별국가의 연금·보건의료지출 증가를 추정해 고령화에 따른 ‘정부 잠재부채’를 산출한 바 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세계 42개국의 고령화에 따른 정부 잠재부채는 GDP 대비 77.4%로,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159.7%로 세계 평균의 2.1배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248.1%로 나타난 브라질뿐이었다.
재정위기 불안이 큰 이탈리아(88.0%), 아르헨티나(77.9%) 등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한경연은 이와관련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도표1] 2015년~2050년 연금·의료지출 증가에 따른 정부 잠재부채 (출처 : IMF Fiscal Monitor)
*英·美·스페인 정부 부채 비율 금융위기 후 7년만에 100% 웃돌아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정부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영국, 미국, 스페인, 아일랜드 등 선진국은 GDP 대비 정부부채가 위기 발생 전인 2007년 20%에서 60%대로 안정적이었다.
위기가 발생하자 각 국 정부는 민간 구제금융에 나서거나 민간수요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이 투입돼 정부부채가 급증했다.
당초 안정적이던 4개국 정부 부채비율은 위기가 닥치자 4~7년만에 100%를 넘어섰다. 아일랜드의 GDP 대비 정부 부채는 위기 전 24.4%에서 4년만에 106.7%로 올랐고, 스페인과 영국은 36.5%, 44.3%에서 7년만에 112.8%, 104.4%로 올랐다.
한경연은 정부 부채는 위기가 닥치면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기 때문에 미래 위기 대응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부채를 평상시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38.9%로, 위기를 경험한 4개 선진국의 위기 전 정부 부채비율 평균인 41.5%과 비슷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표2] 2000년~2018년 상위 10개국 가계부채 증가율
GDP 대비 가계부채는 지난해 한국이 97.7%로 43개국 중 7번째로 높았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도 지난 2000년부터 2018년 사이 우리나라가 연평균 9.8%로 15번째로 가파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가계의 빚 상환부담도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가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인 DSR은 지난해 12.45%로 BIS가 통계를 제공한 지난 199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DSR은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로, 값이 높으면 빚 상환부담이 크다는 의미로, 한경연은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계부채가 워낙 많이 늘어나 가계 DSR이 최근 올랐다고 설명했다.
*韓 기업 부채비율 16위…기업부채 연관 지표 줄줄이 악화
세계 43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는 지난 2017년 95.5%에서 2018년 94.0%로 하락한 반면, 한국은 98.3%에서 101.7%로 상승해 세계 16위에 자리했다.
여기에 더해, 우리 기업들의 이익창출력이 떨어지고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지표중 하나인 이자보상배율의 경우 1.0 미만인 기업 비중은 지난 2017년 32.3%에서 2018년 35.7%로 올랐다.
영업이익으로 부채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의미이다.
올해 상황은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KOSPI 상장기업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37.1% 감소했고, 자본대비 부채비율은 200%를 넘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 비중이 작년말 13.8%에서 올해 2분기말 17.3%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 부채비율이 세계 16번째로 높고 기업부채와 연관된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어 상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우리나라 GDP 대비 정부부채가 좁게 보면 세계 32위로 낮지만, 2000년대 들어 정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는 세계 3위”라며 "지금 같은 경기하강 국면에서 과도한 부채는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신용위험을 키워 거시경제 건전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만큼 민간부채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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