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는 1천5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영국 스코틀랜드 네스호의 괴물 `네시`의 정체는 대형 장어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 연구진은 5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드럼나드로치트의 네스호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네스호의 괴물은 길이가 4m에 이를 수 있는 대형장어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고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런 주장은 네스호에 서식하는 식물과 곤충, 물고기, 포유류 등 모든 생명체의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네스호 곳곳에서 지난해 채집한 250개의 DNA 샘플을 분석한 결과다.
이번에 이용한 DNA 분석법은 살아있는 유기체가 아닌 주변 환경에서 수집한 배설물과 점액, 비늘 등으로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기존 생물의 유전자와 동일한지를 비교하는 방법이다.
연구를 이끈 닐 젬멜 교수는 네스호에는 3천종 이상의 존재가 발견됐고 장어가 아주 많았다며 "네스호에 대형 장어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 한 관광객이 어뢰 모양의 약 4m 길이 물체가 수영하는 듯한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보더라도 대형장어일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잠수부들 또한 자신들의 다리 굵기의 장어들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한다면서 그간의 일부 목격담들처럼 약 4m 길이의 대형 장어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젬멜 교수는 대형 장어가 잡힌 적이 없고 그동안 잡힌 유럽장어로 가장 큰 것도 5.38㎏이라는 지적에는 그 크기로는 괴물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축적한 증거를 토대로, 대형장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어가 통상 번식을 위해 이주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주하지 않고 번식도 그만둔 채 계속 더 큰 크기로 성장하기도 한다면서, 돌연변이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분석에서 상어나 메기, 철갑상어, 악어, 도마뱀, 살무사 등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진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네스호 괴물의 실체를 규명하는 가설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자회견장은 많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젬멜 교수는 기자회견이 결과적으로 괴물의 실체를 규명할 뚜렷한 성과 없이 마련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굳이 부인하지는 않은 채 환경과 관련한 DNA 연구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피력했다.
네스호의 괴물 `네시` 이야기는 1천500년 전부터 전해지기 시작했다. 565년 아일랜드의 선교사인 콜롬바 성인이 네스호에서 괴물의 공격을 받은 사람을 구출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기 있기 때문이다.
또 1933년 한 언론이 "네스호의 이상한 광경"이라며 네시의 목격담을 보도하면서 네스호의 괴물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후 네스호의 괴물을 봤다는 주장도 4천건 이상 나왔으며, 규명 작업도 이어졌다.
영국 BBC 방송은 2003년 600개의 소나 빔(Sonar Beams)을 동원한 수색작업을 지원하기도 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다.
네스호에는 현재 연간 약 40만명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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