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도 소비·투자 ‘절벽’ [경제 시계가 멈춘다]

정원우 기자

입력 2019-09-09 17:43   수정 2019-09-09 17:37

    <앵커>

    장기간 이어온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돈을 풀어도 경기가 더 나빠지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건데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계속해서 정원우 기자입니다.

    <기자>

    <인터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7월 금통위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1.75%에서 1.50%로 낮춰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습니다. 작년 11월 금리 인상 이후 고작 반년여 만에 정책 방향을 180도 바꾼 겁니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다 통화완화까지, 시중에 돈을 풀고 있지만 경기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성장률 1분기 -0.4%, 2분기 1.0%)

    대외여건이 좋지 못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경기 부양 과정에서 과도하게 늘어난 부채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GDP 대비 부채비율을 단순 합하면 200% 수준으로 주요국에 비해 높습니다.

    <인터뷰>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

    “부채비율이 높아지다 보니까 새로운 생산하거나 투자하는데 주저하게 되고 가계도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부채를 상환하거나 이런 곳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높아진 부채비율이 우리의 생산과 소비를 제약시키고, 성장을 제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부동산 쏠림도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국부 가운데 85%가 부동산이고 가구의 순자산(작년 4억1596만원) 가운데서도 부동산 비중은 80%에 육박합니다.

    돈을 빌려서 부동산에 묶어두니 소비가 둔화되고, 여기에 수출부진도 더해져 기업들의 투자도 부진해지는 악순환에 접어든 셈입니다.

    한발 늦은 부동산 규제 역시 건설투자를 위축시키면서 경제 성장동력이 모두 꺾이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을 제외하면 대다수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올해 2%대 성장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현재 대내적인 경제환경의 악화 그리고 대외적인 국제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을 2%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까지 정부에서는 2.4%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에는 국내외 여건의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2.5%~2.6%(2019년~2020년)로 추정했습니다.

    저출산·고령화와 투자부진 등이 성장 잠재력을 빠르게 끌어내리고 있는 겁니다.

    정부의 역대급 '초슈퍼예산'에 기준금리 인하까지 또 다시 강도 높은 부양책을 꺼내들었지만 한 번 무너진 심리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경제TV 정원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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