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부인, 자택 PC 하드 교체 정황…하드 바꾸러 동양대 방문?

입력 2019-09-11 23:09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PC 반출을 도운 증권사 직원이 조 장관 부부의 서울 방배동 자택 PC 하드드라이브 교체에도 동원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 중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날 한국투자증권 영등포지점에서 일하는 프라이빗뱅커(PB) 김모(37)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검찰이 동양대를 압수수색하기 이틀 전인 이달 1일 자정께 정 교수와 함께 서울에서 경북 영주 동양대로 내려가 정 교수 연구실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를 갖고 나온 혐의(증거 인멸)를 받고 있다.
이후 검찰이 동양대를 압수수색한 뒤 컴퓨터 행방을 찾자 정 교수는 김씨 트렁크에 보관 중이던 컴퓨터를 임의 제출했다.
김씨는 정 교수의 동양대 방문에 동행할 즈음 조 장관 부부 자택에 들러 정 교수가 집에서 사용해온 데스크톱 컴퓨터 하드를 교체해준 정황도 드러났다. 김씨는 이 하드를 보관하고 있다가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이어지자 임의 제출했다.
검찰은 김씨가 컴퓨터 하드드라이브를 구입한 영수증을 발견하고 추궁한 끝에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씨 측은 차로 2~3시간 걸리는 영주까지 내려간 이유에 대해 "VIP 고객인 정 교수가 부탁했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 교수가 조 장관의 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조 장관을 만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 부부의 자택 컴퓨터 하드를 교체해준 이유에 대해서도 "정 교수가 요청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정 교수가 `컴퓨터 하드를 바꿔야 하니 차를 가져오라`고 해 응했으며, 동양대에도 사실은 하드를 교체하러 내려갔던 것`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구입해 간 하드드라이브 사이즈가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의 하드 사이즈와 맞지 않아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올라왔다는 것이다.
앞서 조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아내가) 몸이 좋지 않은 상태라 김씨가 운전했고, 제 처는 부산으로 갔다"며 "(아내가) 서울로 올라오고 난 뒤 (김씨와) 만났고, 그때 검찰에서 연락이 와 컴퓨터를 그대로 임의제출했다"고 해명했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해 관보를 통해 공개한 조 장관의 재산변동 내역을 보면 정 교수는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13억4천600만원어치의 자산을 관리했다.
PB 서비스는 일정 수준 이상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서비스인데, 정 교수는 5년가량 김씨에게 자신과 두 자녀 등 가족의 자산 관리를 맡겼다.
PB가 고객의 `집사`처럼 밀접한 관계가 되면 경우에 따라 금융 업무와 관계없는 민원을 처리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이런 일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는 게 업계 얘기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컴퓨터 반출 정황과 자료 파기 여부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해왔다. 검찰의 김씨 소환은 이번이 4번째다.
김씨는 정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를 조언한 것으로도 알려져 주목받은 인물이다.
조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내가 한투 등과 주식 거래를 많이 해왔고, (그 과정에서) 알던 펀드 매니저에게 (투자 여부를) 물었더니 `수익률이 괜찮다`고 해서 투자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 측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의 사모펀드 투자를 정 교수에게 권유하지 않았다"며 "신중하게 투자하라는 조언을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사실은 투자 자금을 트랜스퍼(이체)하려는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됐다"며 "조 장관 5촌 조카 조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5촌 조카 조모(36) 씨는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의 실질사주로 의심받고 있다. 조 장관은 집안의 장손인 조씨가 코링크 사모펀드 투자를 소개했다고 밝혀왔다.
김씨 측은 "정 교수가 코링크가 투자한 코스닥 상장기업 WFM 투자 가치를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투자 기업을 모르고 있었다는 그간의 설명과 대치되는 내용이다.
정 교수는 2017년 10월 코링크가 WFM 지분을 인수한 이후 수개월에 걸쳐 WFM에서 고문료 명목 등으로 매달 수백만 원씩 총 1천400만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영문학 전공자인 정 교수는 동양대로부터 겸직 허가를 얻어 받은 영어사업 관련 자문료일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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