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세계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평가에서 한 해 만에 순위가 26계단이나 급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배구조 불안, 제품생산 과정의 환경 문제, 노조 관련 논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I·Reputation Institute)가 최근 발표한 `2019 글로벌 CSR 순위`를 보면 삼성전자는 전세계 90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64위)보다 26계단 떨어진 것으로, 올해 100위 내에 든 기업 가운데 BMW그룹(56계단)과 굿이어(32계단), SAP·에어버스(각 29계단)에 이어 5번째로 큰 하락폭을 보이며 순위권 탈락 위기에 몰렸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구속과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 등으로 전년 대비 69계단이나 추락했던 2017년(89위)보다도 더 낮은 순위에 랭크되면서 RI가 해당 보고서를 발간한 2012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최근 글로벌 브랜드 평가 전문 컨설팅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 발표에서 삼성전자(83조2천억원)를 비롯한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약 103조원으로 전세계 주요 기업들 가운데 5위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는 형편없이 낮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CSR 순위`에서 지난 2012년 25위를 시작으로 ▲ 2013년 26위 ▲ 2014년 17위 ▲ 2015년 20위 ▲ 2016년 20위 등 꾸준히 3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으나 2017년부터 `톱50`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RI는 올해 삼성전자의 순위 하락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으나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 온실가스 배출, 노조 관련 의혹 수사 등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재계 안팎의 추측이다.
국내 한 기업평가기관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불확실성과 공해 유발 등 대기업 입장에서 일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최근 여러 악재가 겹친 게 순위 급락으로 이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올해 전세계에서 사회적 책임을 가장 잘 구현한 기업으로는 덴마크의 완구업체인 `레고`가 꼽혔다. 윤리성, 투명성, 환경보호 등의 평가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화장품 기업 `나투라`가 그 뒤를 이었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월트디즈니 등이 `톱5`에 포함됐다. 아시아 기업 가운데서는 일본 소니가 12위로 가장 높았다.
국내 기업으로는 ㈜LG가 삼성전자에 앞서 40위를 기록했으나 지난해보다는 9계단 떨어졌다. 2017년 조사에서 76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친 이후 3년째 한국 기업 중 `선두` 자리를 지켰다.
㈜LG는 지난해말 미국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이 실시한 `사회적 가치 실천` 기업 평가에서도 공동 13위에 오르며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톱20`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때 17위까지 올랐던 삼성이 2017년부터 50위 밖에 머무는 것은 기업이 한번 무너진 이미지를 다시 회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면서 "꾸준한 노력으로 계속 `톱10`을 유지하고 있는 MS와 구글, 월트디즈니 등과 대비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전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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